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 아쉬운 남편들

Grubby Powers 2013. 3. 16. 00:30




드라마 스페셜 4부작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공영방송의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로 방영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가 지난 3월 10일에 끝났습니다. 년에 방송되었던 손현주 주연의 '추적자'이후로 간만에 제대로 본 드라마입니다. 추적자는 무려 16부작이었지만 이번 드라마는 겨우 4부작이라서 일단 부담이 덜해서 좋았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다섯명의 아줌마들이 주연으로 나옵니다. (드라마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이중 3명은 어느정도 익숙한 연기자들이더군요) 누나가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딸이 되는 식의 황당한 설정과 정말 드라마 같은 불륜이 판치는 요즘에 그나마 좀 편하게 볼수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최고를 자신(!)하는 어느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에서 남편들은 조연들입니다. 분량이 5분도 채 안되는 남편들이지만  이시대의 단면을 여러각도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심퍼니에서는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에 섭섭하게 등장하는 남편들을 짧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1부 : 예린아빠



평범한 맞벌이 부부입니다. 예린아빠도 예린엄마도 불행이도(!) 너무나 일이 많은 직종에 근무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1부에서는 예린엄마의 비중이 절대적이라서 예린아빠는 4명의 남편중에서도 가장 적게 나옵니다. 아마도 보통의 남편, 보통의 아빠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굳이 여러번 나와서 갈등상황을 만들고 또 설명하고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안일이든 회사일이든 뭐하는지 제대로 해야 될거 아니냐? 너 애 엄마 맞어?"

회식하고 늦게 들어와 보니, 부인은 집에서 회사 서류까지 들고와서 일하느라 하진이가 고열로 끙끙대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서두러 병원에 가서,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다는 의사의 말에 티격태격 싸우다가 하진아빠가 소리치면서 말합니다. 같은 남자로서 참으로 못난 남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면 (겁없는) 남편들이 너무나 흔하게 내뱉는 말입니다. 맞벌이가 아니라 전업주부라도 용서가 안될듯 한데...


"꼭 그런데를 보내야 겠냐? 유치원이 다 똑같지"


드라마에 나오는 유치원은 한달 원비가 200만원입니다.  일반 유치원보다 서너배는 많은 유치원에 어쩔수 없이 보내게 되었을때 예린아빠가 불평 가득한 말투로 말합니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서 보내지 말라는 소리는 못하겠지만 소득을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운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편들의 모습입니다. 유치원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건 어지간한 남자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200만원이 넘는 원비가 정상적이지 않듯이 이곳에 모이는 아줌마들도 보통은 아닙니다. 결국 유난스러운 경쟁과 견제 때문에 필요치 않은 갈등과 사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가족의 행복이 너무 가까운 곳에 있지만 너무 쉽게 현혹되어 소중한 것을 깜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 오는 시간은 너무나 길고 만만치 않은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가장 평범한 가정으로 나오는 예린이네 집은 현명하게 대처해서 결국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6살짜리 애에게 무슨 사고력 수학이냐? 국어는 또 뭐고?"

일상적인 보통 가정의 가장으로서 만족하는 예린아빠의 쿨한 한마디입니다.



2부 : 리나아빠



건축관련 일을 하는 사업가입니다.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으로 추정되는 다른 3명의 아빠보다는 10살 이상 많을 것 같습니다. 전처와 사이에 혼기가 찬 딸이 있고 리나엄마와는 룸싸롱에서 만나 재혼한 사이입니다. 드라마에서 리나엄마는 유치원 아줌마들에게 이대 무용과를 사칭하는 텐프로 출신의 '뻔뻔한' 아줌마로 나옵니다.


리나엄마는 4부에 나오는 한량남편 '도훈아빠'와는 청담동 시절에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합니다. 앞서 나가는 선수시절이었기에 리나엄마는 당연히 도훈아빠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눈치빠른 도훈엄마의 육감에 걸려 결국은 모든것이 폭로됩니다. 텐프로 중에서도 최고 잘나갔던 '차혜주'였던 리나엄마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도 당연히 오래가지는 못하겠죠. 이건 어디까지나 리나엄마의 스토리인데 워낙에 리나아빠에 대한 분량이 적어서 별다른 내용이 없네요.



"강남 한복판에서 쓸것 다쓰고 할것 다하면서 돌아다닌지 6년째다. 이제 떼깔 좀 벗을 때가 되지 않았냐?"


아마도 리나아빠는 원하는 여자를 얻긴 했지만 6년내내 불안했나 봅니다.  부인에게 막대한 위자료를 주면서까지 이혼하고 리나엄마랑 재혼했지만 언제 어느순간 텐프로 출신의 와이프가 탄로날 수도 있으니까요. 청담동에서 제일 유명했던 텐프로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강남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짜피 그동네가 거기서 거기고, 그곳에 다니던 남자들이 거기서 거기일텐데 말입니다. 성형을 하고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해도 알만한 사람(도훈아빠)은 다들 알아차릴텐데...



3부 : 하진아빠



서원대 교수로 나옵니다. 전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교수랍니다. 가만보니 작년에 '추적자'에서 싸가지 없는 검사로 나온 연기자네요. 아마도 성격파 연기가 잘 어울리는 연기자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서원대는 당연히 서울대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진엄마도  서울대를 졸업하고 아들의 교육을 위해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부촌에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하진이가 불쌍하지도 않냐? 우리가 뭐가 뒤쳐지니? 어디가 그렇게 모자라?"


타이머를 맞추고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퇴근하는 아빠에게 인사도 못하게 하는 하진엄마에게 이미 질릴대로 질려버린 남편입니다. 동네 수준에 비하면 그리 넉넉치 않은 대학교수(아마도 조교수?) 월급에 불과하지만 하진 엄마는 아이교육을 위한답시고 매달 4~5백만원씩 쏟아붓습니다. 질리기도 하지만 지쳐버릴 상황입니다. "부모가 모두 서울대 출신이고, 똑똑한 아들"이면 부족함 없는 가족일텐데 이 가족은 (오로지 엄마에게만)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해결책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고자, 하진아빠는 부천쪽의 대학으로 옮기고 본인은 갈테니까 정리되면 따라오던지 아니면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같이 가지 않고 월세로라도 계속 여기 살면서 공부시키겠다고 고집하는 하진엄마을 보면서 독하는 생각보다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때부터 경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악착이 이겨야 하겠다고 몸부림치는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더군요.



결국, 남편도 떠나가고 아이도 엄마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틱증세까지 보입니다. (꼭 가지 않아도 될) 목적지는 너무나 멀고 가는 길은 힘들지만 하진엄마는 고집을 꺽지 않고, 남편은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립니다. 그리고 아무런 결과도 없습니다. 하진엄마의 집착에 51%, 남편의 노력부족과 일방통행에 49%의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행복하게 살수 있는 조건을 갖춘 가족이지만 가장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4부 : 도훈아빠



용산의 빌딩이랑 어쩌구 저쩌구 하는걸 봐서는 부동산 졸부 집안의 큰아들 쯤 되는 남자입니다. 아마도 재산은 수백억은 될테고, 월 임대수익만 몇천만원씩 들어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죠.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런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서울 전역에 무수하게 들어차있는 빌딩들을  보시면 바로 감이 오실듯 하네요.  


장모가 사위에게 '돈만 많은 무지랭이'라고 말하는 걸 봐서도 (이대출신의) 세련된 그녀와의 결혼은 사업적인 거래입니다. 티격태격하는 대사중에 '너와의 결혼은 비즈니스' 도훈아빠가 말하듯이 대충 상황파악이 되는 관계입니다 처가집에 막대한 사업자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부동산 졸부의 아들과 (사업자금이 궁한 집안의) 좋은 학벌의 세련된 딸이 결혼 한것이죠.



졸부(猝富)는 한자 그대로 갑작스럽게 돈이 쌓인 부자입니다. 역시나 드라마에서 알부자는 구두쇠로, 졸부는 흥청망청 쓰는 한량으로 나와줍니다. 술집여자에게 과감(가방 600만원, 원피스 240만원, 구두 120만원)하게 질러주고, 스파이처럼 핸드폰을 3개씩이나 사용하고 마눌님이 언제볼지도 모를 서랍에 수십장의 룸싸롱 명함을 버젓이 두고 다닙니다. 외도한 사실이 걸리면 무조건 그냥 '술집여자'라고 둘러내고 대충 넘어가는 그런 남자입니다. 도훈엄마의 정보력에 의해 뻔히 걸릴 일이라도  '숨기는 척'.  '미안한 척' 하는 태도가 필요하겠네요.


"그냥 나중에 유학이나 보내지, 뭐 지금부터 설쳐?"


도훈아빠가 유일하게 도훈이의 교육에 대해서 언급하는 한마디입니다. 그렇습니다. 돈도 많은데 귀찮게 공부는 해서 뭐합니까? 대충 중간정도 되도록 공부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유학가서 놀다가,  귀국해서 아빠처럼 사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요? 암튼 도훈아빠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량스타일 80%, 조폭스타일 10%, 사기꾼스타일10%를 잘 넣고 섞은 듯 합니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이든 간에 자식에 대한 사랑은 부족하지 않겠죠? 창고에 갖힌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소리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다들 똑 같은 아빠들입니다. 하지만 도훈아빠는 도훈이의 매직드래곤 볼을 알고 있을까요? 파이터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볼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소통할 줄 아는 아빠라면 실망 뿐인 아빠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훈훈한 마무리^^)



posted by max7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