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 장비질(돈낭비)를 피하는 방법

Grubby Powers 2013. 3. 12. 17:16



몇해전부터 오토캠핑 열풍이 불어서 이젠 한집걸러 다음집의 베란다(창고)엔 캠핑 장비들이 쌓여 있다고 합니다. 다들 부담없는 텐트하나 장만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캠핑장에 놀러가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두세번 출정을 하고 나서 재미들리면 어느새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됩니다. 단, 오토캠핑이 체질상 맞지 않거나 일부 가족의 반대가 발생할 경우는 상황은 틀려지겠습니다.


그렇다면, 오토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어떻게 장만해야 할까요? 어떤 장비를 어디서 사야되는지를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캠핑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정신없이 택배아저씨와 인사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즉, 캠장비 구매에 있어서 접근법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지갑을 열기전에 체험부터 하세요


캠핑장비를 사기전에 우선 주변의 파워(?)캠퍼와 함께 체험을 해보실것을 권합니다. 가능하면 필수적으로 겪어보셔야 할 과정입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고가장비의 허무함(!), 불용장비의 처치곤란함을 몸소 느끼신 캠핑매니아라면 반드시 소중한 노하우를 가감없이 전달해주실 것입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많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최대한 주의사항을 숙지하시는 것이 돈버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나서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두어번 캠핑(글램핑,캐라반도 좋습니다)을 나가보시면 선배캠퍼의 조언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어떤 장비가 본인과 가족의 캠핑스타일에 맞는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충분하고 집에 넉넉한 창고가 있다고 하시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분은 결국은 트레일러까지 구입해서 그많은 장비에 치여서 캠핑을 다니는 신세가 될수도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하는 '장비질의 후회'가 거의 모든 캠퍼에게 적용됩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오토캠핑' 장비를 사려할때 고려할 5가지 항목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경험과 수많은 눈팅으로 득도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니 행여나 캠핑계의 고수님들이 보시더라도 날카로운 태클은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1. 예산 : 힐링하려다가 킬링될수도 있습니다


캠퍼마다 경제사정이 다르므로 예산은 천차만별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캠핑매니아들은 예산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냥 수중에 돈이 있으면 지르고, 없으면 외상으로 지르는 것이 한동안 습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무대책, 무계획적인 캠핑준비는 가족간의 화합과 힐링이 아닌 분열과 의심을 조장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예산을 자동차와 비교해드리겠습니다. (소유하신 자동차가 본인의 경제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차량(신차)가격의 10%정도가 적당한 예산이 될듯 합니다. 3000만원정도의 차량이면 300만원이 적당하겠네요. 저렴한 자동차 오너라고 싸구려 장비만 사라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중고스타렉스에 1천만원이 훌쩍 넘는 장비들을 쌓아놓고 다니는 캠퍼들도 적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따라 가격도 다양하고 별 희안한 장비까지 판매되고 있으므로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차를 한대 더사는 꼴이 됩니다. 물론 차를 바꾸는 분들도 태반입니다. 하지만 뭐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2. 가족 : 캠핑은 야외에서 술판 벌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캠핑장의 분위기가 많이 정화(!)되었지만 한때는 음식과 술판이 거나하게 펼쳐지는 모습이 오토캠핑의 전부인양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년도 안되서 그러한 소수의 캠퍼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용하게 가족들과 함께 야외활동을 즐기고자 하는 분들 위주로 오토캠핑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캠핑장비를 구입할때 가족을 고려하라는 의미는 캠핑의 목적에 맞게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 입니다. 4인 가족이라면 처음부터 인원수를 고려해서 텐트, 의자, 침낭 등 기본 장비를 중복되지 않게 가족들의 취향을 충분히 고려해서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요리와 연관된 장비를 서둘러서 구입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캠핑장에서 잔칫상 차릴것도 아닌데 비싼 롱IGT 같은 장비구입은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평범한 버너와 테이블이면 족하므로 나중에 고려해도 충분한 품목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시로 중고시장에 들락거리게 될수도 있습니다.


3. 횟수 : 캠핑은 가족의 만족이 우선이지만 횟수도 중요합니다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캠핑을 자주 나가는 것은 절대로 쉬운일이 아닙니다. 명절이다 뭐다 해서 몇주를 빼고 나면 일년내내 온가족이 안아프고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20회를 채우는 것은 대한민국이 월드컵 8강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버거운 일입니다. (50번을 채우면 우승일까요?^^ 그런데 일년내내 거의 매주 캠핑 다니시는 분들이 분명 계시더군요.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십니다.


물론 캠핑은 횟수가 아닌 '가족의 만족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싼 장비를 사놓고 일년에 겨우 서너번 갈거라면 아예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 대여하거나 (모든 장비가 세팅되어 있는) 글램핑을 이용하시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장비구입에 들어가는 목돈도 아깝지만 트렁크나 베란다에 방치되는 장비들도 골칫거리가 될것입니다.



4. 동계 : 스노우캠핑에 대한 낭만과 현실은 다릅니다


캠핑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과 가족이 즐기기 위한 레저입니다. 가족들이 추위를 유난히 싫어해서 겨울이면 곰탱이와 다람쥐처럼 동면하는 타입이라면 절대로 동계캠핑은 이뤄질수 없는 꿈입니다. 그냥 솔로캠핑을 다니는 것이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진정한 캠핑매니아라면 스노우캠핑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다른 모든 불편함에 대한 보상심리일수도 있습니다.


일단, 동계캠핑을 포기(!)하게 되면 난로, 동계침낭이 필요없습니다. 3계절 침낭이나 적당한 이불이면 족하고 심지어는 텐트도 3계절용 텐트로 장만하셔도 됩니다. 아마도 동계캠핑을 안하신다면 예산이 대략 20%이상 줄어들수 있습니다. 다만, 동계캠핑이 아니더라도 간절기용 히터와 전기매트는 꼭 필요한 품목입니다. 대부분의 캠퍼들은 크리스마스캠핑을 상상하지만 실제로 눈내리는 겨울에 캠핑을 즐기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계엔 상당수의 캠핑장들이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5. 모드(mode) : 유행 따위는 저기 멍멍이(dog님)에게나 줘버리세요


입식모드, 좌식모드, 로우모드, 간편모드, 감성모드, 히피모드...대부분이 캠퍼들의 스타일에 의해 유행되고 각각에 맞는 다양한 장비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일부분은 업체들의 마케팅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레일러나, 캠핑카, 루프텐트 등도 캠핑의 한주류가 될 정도로 최근의 캠퍼들은 본인들만의 스타일에 맞게 캠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캠핑 장비를 구입하기 전에 적어도 서너번은 캠핑장에서 직간접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일부 (변덕스러운) 캠퍼중에는 돔텐트-리빙쉘-티피텐트-루프텐트로 옮겨가다가 다시 리빙쉘로 돌아온 분도 있습니다. 모든게 경험이고 중요한 추억이겠지만 그와중에 은행잔고는 많이 줄었을 것입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다양한 방법으로 본인과 가족에 맞는 캠핑모드를 체감하는 것이 어쩌면 첫번째로 고려해야 할 항목일수도 있겠네요.





캠핑은 힐링(healing)이 아니라 자유(free)입니다



흔히들 오토캠핑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캠핑장에서 장비자랑 하는 것' 같아서 캠핑을 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분명 캠핑은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분의 레저활동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캠핑장에서는 고가 장비 퍼레이드는 많이 줄어드고 실속있는 장비로 오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오히려 너무 비싼 장비나 불필요한 장비까지 들고와서 한참동안 세팅하는 분들이 안타까운 캠퍼들로 취급됩니다. 캠핑도, 장비도 본인만의 스타일로 즐기는 것이 최고입니다. 스트레스 받는 것은 오토캠핑이 아니거든요. ^^ 즐캠하세요~!







posted by max7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