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폐지? 시즌2를 기다린다.

Grubby Powers 2013. 3. 4. 00:30



2009년 3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만 4년째를  넘긴 KBS의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이 폐지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관련뉴스에서 아쉬움과 그간의 에피소드, 그리고 최근 방송분에 대한 아쉬움과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지만 심퍼니에서는 그런것 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남자의 자격'을 논하고 싶습니다.


'남자의 자격'은 애초에  <<남자의 자격 - 죽기전에 해야할 101가지>>이라는 부제를 걸고 "대한민국 남자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죽기전에 한번쯤 해볼만한 것들을 체험 해보자"는 취지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도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기엔 거창하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에겐 (중년 남성들의 공감대를 자아내는) 소소한 아이템으로 초반부터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차원에서 동등한 시청률을 확보하며 선전했습니다. 여기서 '소소한 아이템'이라는 것은 그것이 주는 의미까지 소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난히 돈이 많거나 자유로운) 특정계층만을 위한 버킷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의 30~50대 남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400회가 훌쩍 넘어 가는 동안 그러한 '소소한 아이템'이 설자리는 줄어들고, 지나치게 예능스로운(?) 소재와 히트 아이템의 우려먹기(합창단?), 한꼭지를 몇주간 방송하는 식의 지루함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중년남성들만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고정된 아이템만으로 승부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정확히 <<남자의 자격 - 죽기전에 해야할 101가지>>라는 부제에 걸맞는 아이템을 미리부터 선정해 놓고 일관되게 방송했다면, 온갖 잡다한 (그리고 다시는 기억나지 않을) 예능으로 넘치는 주말프로그램에서 그래도 기억할만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청률을 포함한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었겠지만 '소소한 아이템 101가지'는 그다지 무리한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남자가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 일'에 비행기 조정, 아마존 탐험과 같이 돈과 시간이 막대하게 투자되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무수한 남자들이 그들만의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익스트림 체험'이나 '세계여행' 같은 뻔한(?) 항목은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금연, 금주, 악기연주, 디이어트 등 당장이라도 마음먹으면 시도할 수 있지만 형편상(의지부족으로) 미루고 있는 것들이 오히려 공감을 더 얻을수 있고 작지만 뭉클한(?) 감동을 줄수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4년동안 무수한 에피소드를 남긴 <<남자의 자격 - 죽기전에 해야할 101가지>>가 폐지된다고 하니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정쩡한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 하지말고  일단은 이쯤에서 정리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니 저러니 말도 많지만 귀농일기, 지리산 종주 등으로 많은 공감과 인기를 얻은 기획들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여태컷 허무맹랑한 주제로, 아무런 의미없이 전파만 낭비해 온 예능프로그램에 비하면) 절대로 실패작도 아니고 흐지부지 잊혀질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초심으로 마지막 편을 맞는  멋진 프로그램이 되길 기원했지만 101가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폭설 때문에 차량이동이 어려워 지리산 초입부터 비상식량을 넣은 20kg 무게의 짐을 각각 메고 산을 오르는 (예능)출연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들의 진정성이 몇몇 코너로 퇴색되거나 함부로 평가받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10여년이 지난 후라도  <<남자의 자격 - 죽기전에 해야할 101가지>>의 시즌2가 방송되길 기대해봅니다. '여자의 자격'도 괜찮겠네요. <<여자의 자격 - 죽기전에 남자를 위해 해야 할 101가지>> ㅋㅋ (돌 피해야 겠네)





posted by max7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