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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질’은 구닥다리, ‘개인주의’는 힙한가? - 기성세대와 MZ세대를 싸잡아 비판하는 냉철한 잡담 1. 꼰대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꼰대질과 개인주의의 실체와 본질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꼰대질’을 나이 든 세대의 구태적인 유물처럼 간주해왔다. 나이 많은 상사, 고집 센 장인, 구닥다리 교수—이런 존재들이 휘두르는 권위주의적 태도, 강압적인 충고, 선민의식 가득한 훈계들을 통칭해서 '꼰대질'이라 부른다. 반면, MZ세대는 ‘개인주의’라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시전하며, 타인의 조언조차 ‘침해’로 간주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문제는, 이 양극단이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똑같이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의부터 내려보자. ‘꼰대질’은 일방적 권위를 앞세운 타인에 대한 간섭이다. 상하 관계를 당연시하고, 자신의 기준을 보편적 진리로 착각하며, 반론은 무례로 받아들인다. 꼰대질의 핵심은.. 더보기
"머리털이 사회적 생존권이라도 되는가: 한국 남성 탈모 강박증에 대한 냉철한 해부" 1. 죽는 병도 아닌데, 왜 인생이 끝난 것처럼 구는가전 세계적으로 약 42%의 남성이 탈모를 경험한다. 한국으로 좁혀보면 약 1000만 명의 남성, 즉 인구의 약 5분의 1이 탈모를 겪고 있다. 유전이거나 호르몬의 영향, 혹은 노화 현상일 뿐이다. 의학적으로도 ‘치료가 시급한 중증 질환’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 '머리털 빠짐'을 마치 생존의 위기처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특히,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 남성일수록 탈모를 사회적 낙인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 병이 진짜 죽는 병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탈모는 통증도 없고, 일상생활에 치명적 기능 장애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오히려 탈모인 대다수는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많은 남성들은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 더보기
"의도적 자극에 길들여진 사회: 어그로의 시대, 호객과 혐오가 뒤섞인 대중 심리의 파산 선언" 1. 뉴스가 아니라 장사꾼: ‘기레기’의 헤드라인 장난질‘기레기’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풍자다. 기자라는 엄숙한 직함에 기생충과도 같은 경멸의 어미를 붙인 조어는, 뉴스 산업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모든 기자가 그런 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단어가 만들어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클릭 수가 권력이고, 조회 수가 곧 광고 수익으로 전환되는 이 미친 구조 속에서 일부 기자는 언론인이 아닌 장사꾼으로 전락했다. 아니, 장사꾼이라는 표현도 과하다. 최소한의 양심과 품질을 지키려는 진짜 장사꾼들에게 실례니까. “[단독] BTS, 전격 은퇴 선언?”기사를 클릭해 보면 정작 내용은 ‘BTS 멤버 중 한 명이 개인 휴식기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이게 언론인가? 이건.. 더보기
기자들은 왜 막가파 권력 앞에서 개냥이처럼 굴다가, 엉뚱한 곳에서 어설프게 발톱을 드러내는가? 1. ‘기자정신’은 왜 권력에만 길들여지는가언론의 본령이 ‘감시와 질문’이라는 말은 이젠 고리타분한 말이다. 현실의 언론 현장에서 그런 이상을 실현하는 기자는 멸종위기종만큼이나 보기 힘들기 때문에. 요즘 기자들 사이에선 “기자정신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라는 농담이 회자된다. 웃기려면 좀 우아하게 웃겨야 할 텐데, 이건 그냥 자학조다. ‘정신 나간 상태’가 아니면 기자질을 못한다는 뜻이자, 스스로의 이성을 마비시켜야만 기성 권력의 기분을 맞추고 그들에게서 밥줄을 얻을 수 있다는 고백이다. 이쯤 되면 농담이 아니라 참담한 진단이다. 요즘 상당수의 기자들은 권력의 압박엔 찍소리 못하면서, 무시하거나 가볍게 보는 인물에게는 꼬투리를 잡아 비틀고, 정색하며 공격한다. 누가 봐도 언론이 추구해야 할 ‘진실’보다는 ‘.. 더보기
말실수보다 불편한 진실이 더 무서운 사람들: 위선의 평등주의를 말하다 -한국 언론과 잡스런 단체들의 위선적 평등주의에 보내는 경의어떤(?) 정치평론가의 발언이 언론과 단체들에 의해 단두대 위로 올려졌다. 이른바 ‘여성 비하’와 ‘학력 차별’이라는 고루한 깃발을 흔들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작 그 발언이 나온 맥락, 즉 ‘그 대선후보의 부인’이 먼저 뱉은, 노동자에 대한 평가절하적 발언은 어찌된 일인지 어물쩍 묻혔다. 뭐 언제나 그렇다. 사냥감이 정해지면 사냥개들은 짖는다. 누가 먼저 총을 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피가 흘렀다는 사실만이 필요할 뿐이다. 자, 이제 이 위선의 향연에 박수를 보내며 하나씩 찬미해보자.1. 노동자를 비하했다고? 문제의 시발점은 ‘그 대선후보의 부인’이었다. 기-승-전-책임전가의 묘수, 너무나 감탄스럽다.평론가의 말 한마디에 벌떼같이 달려들며 “.. 더보기
신화적인 투자가의 말을 맹신하며 자위하는 소시민 투자자들의 애잔한 자기기만에 대하여 “장수와 복리"로 150조원의 거물이 된 노인, 그를 추앙하는 평범한 자들의 딜레마”1. 복리의 신? 아니다. 장수의 로또에 당첨된 사나이“워런 버핏은 65세 이후, 전체 재산의 90%를 벌었다.”이 문장은 투자 교과서에 마치 묵시록처럼 새겨져 있다.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버핏을 따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정말 그렇게 단순한가? 좀 더 면밀히 뜯어보자. 그의 말대로 '복리의 힘'이 성공의 열쇠라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복리가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지?” 답은 간단하다. 적어도 95세까지는 살아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워런 버핏은 1930년생이다. 65세였던 1995년 즈음엔 그저 부자 정도였지만, 그 이후가 진짜 승부였다. 복리의 마법은 결국 '시간'을 먹.. 더보기
철없다는 말은 누가 먼저 했는가: 대선 정국에서 드러난 세대 간 ‘정치 꼰대질’의 민낯과 자기모순의 연속성에 대하여 1. “철들었냐?”는 질문이 가장 철없는 말이다– 40대 유권자의 ‘20대를 향한 훈계’가 웃기는 이유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뜨겁다. 그런데 정작 투표장 앞에서 가장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식탁과 술자리다. 특히 40~50대 유권자들은 요즘 사방팔방으로 지적질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며, 청년세대는 아직도 ‘철이 없다’고 말한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러지”, “진보도, 보수도 겪어봐야 알지” 같은 말은 이제 입버릇처럼 튀어나온다. 마치 투표에도 ‘연륜’이라는 자격증이 필요한 양, 20대를 향해 평가질이 끊이지 않는다. 40~50대는 보통 사회적으로 가장 '자리잡은' 세대다. 아이를 키우고, 아파트를 대출로 샀고, 승진에 대한 불안과 경력의 끈을 단단히.. 더보기
“워라밸은 사치다”라는 신화 뒤에 숨겨진 한국식 성공 신화의 잔혹한 다섯 가지 얼굴 "성공하려면 워라밸을 버려라."유명 셰프의 말이다. 물론 셰프 한 명의 소신이라 치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그런 말은 낯설지 않다. 이미 수많은 책과 컬럼에서 똑같은 논조로 말해왔다. '성공'을 위해서는 잠을 줄이고, 친구를 버리고, 연애를 미루고, 야근을 견디고, 병을 참고, 욕을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가면 결국엔 빛나는 정상에서 남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을 팔았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말은 복합적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재력, 권력, 사랑, 자유, 행복 이 다섯 가지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 다섯 가지 모두를 획득하기 위해선 결국 '워라밸'을 희생해야 한다는 전제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