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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직도 '헌법 제11조'를 들먹이는 불쌍한 한국인들을 위로하는 잡담

이 나라엔 정치병 환자들이 참 많다. 유튜브 덕분에 앞가림도 못하면서 정치인들 비판에 거품 무는 부류들이 더욱더 득실대고 있으니 참으로 다이나믹한 나라다. 플라톤이 그랬다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인간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고. 이 또한 얼마나 낡고 음흉한 선동질인지는 다음에 포스팅하겠다.

한국인의 종특이 '편가르기'가  모든 정치적 편향과 충돌의 근본이다. 왜?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결의 박탈감을 느낀 부류들이 뭉쳐서 다른 결의 박탈감을 느낀 부류들과 충돌하게 된다. 이게 한반도의 DNA다. 그러면서 늘상 주장하는 것이 '헌법 제11조'다

그런데, 이제 그만 ‘헌법 제11조’를 고이 접어 서랍에 넣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니, 이런 문장을 진지하게 인용하는 건 마치 화장실 벽에 적힌 망칙한 글을 인생 지침 삼아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순진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평등 사회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평등 사회였던 적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우리는 이미 계급사회에 살고 있으며, 그 계급은 더 이상 귀족이나 양반으로 불리지 않는다. 이제 그 이름은 ‘직업’이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건, 같은 죄를 지었을 때 같은 벌을 받는다는 의미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재벌, 판사, 검사, 심지어 연예인 조차도 체포가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언론 보도는 ‘논란’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포장하고, 법원은 “사회적 신분 감안”이라는 말로 실형을 피해준다. 반면 편의점 알바가 담배 훔치면 CCTV 돌려 얼굴 박제하고, 생계형 절도범은 법정 구속당한다. 이게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하는 것인가?

작년에 있었던 '이재명 헬기이송 특혜 논란'도 마찬가지다. ‘특혜냐 아니냐’를 따지는 시도는 애초에 무의미하다. 이미 다 짜인 계급질서에서 ‘일반 시민’이란 이름은 그냥 병풍일 뿐이다. 일반인은 사고 나면 보험사랑 싸우고, 병상이 없으면 대기하다 죽는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이라면? 아니다. 유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돈있고 빽있으면 다 통한다. 심지어 인기연예인이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예능에서 시답지도 않은 구라만 치는 놈들도 일반인이 상상도 하기 힘든 혜택을 누리는 곳이 이 나라이까.  "누구나 동일한 사고로 다쳤을 때 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에선 ‘정의감 중독자의 오르가즘’일 뿐이다.

직업이 곧 계급이라는 사실은 한국 사회를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재벌, 판검사,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의사, 교수, 연예인까지. 이들은 사회에서 ‘합리적 특권’을 누린다. 자기들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옹호하며, 대외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의 산물”이라 포장한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갖기 위한 경쟁조차 불공정이다. 좋은 교육, 좋은 인맥, 안정적인 가정환경, 그리고 적절한 ‘물밑 도움’까지 모두 겹쳐야 겨우 입장권을 얻는다. 이건 계급 아닌가?

그런데도 헌법 조항을 인용하며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읊조리는 건, 현실을 외면한 자기 위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중세 농노가 “성경은 우리도 신 앞에 평등하다”고 읊조리며 노역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실질적으로는 천민 취급을 받으면서도, 문서 몇 줄을 붙잡고 자위하는 모습은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대한민국의 평등 개념은 이미 기득권자들의 ‘선심성 기만’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평등이란 이름의 허울은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만 꺼내 드는 상징 자산일 뿐이다. 정치적 입장을 방어하거나, 국민을 감동시킬 필요가 있을 때만 잠깐 써먹는 장식물. 진짜 평등은 오지 않았다. 애초에 불려본 적도 없다.

시민들 역시 이 냉정한 현실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실 정의가 아니라 신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제단 위에서 "평등"이라는 단어에 향을 피우는 신자들. 하지만 신은 없다. 있고 싶은 바람만 있을 뿐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지금 이 나라는 직업이 곧 계급이고, 계급이 곧 생존 조건이다. 이재명은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기득권 계급이다. 일반 시민은 아니다. 그리고 이 둘은 다르게 대우받는다. 이게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면, 옳은 감정이다. 하지만 "헌법이 있는데 왜 다르게 대우하냐"고 따지는 건 헛소리다. 법이 아닌 현실이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론은 하나다. 대한민국에서 평등권은 법조문 속 박제된 이상향일 뿐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계급사회다. 계급을 부정하는 건 현실 부적응자들의 자기 위로일 뿐이다. 이제 그만 유토피아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환상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뻔하다. 우리는 이미, 완전한 계급 속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