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vs 사랑합니다
정중함의 차이? 한자가 더 정중하다고?
‘감사(感謝)합니다’와 ‘고맙습니다’ 헷갈리지 않나? 나만 그런건가? 동의어 인지, 사용해야 할 상황이 다른건지 수십년을 한국인으로 한국말을 써왔지만 헷갈린다. 공돌이 출신이라서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을) 것을 모르는 건지... 그래서 찾와 봤다. 한국어문화학과 교수가 10여년전에 작성한 컬럼을 보니, 네티즌은 ‘감사합니다’를 ‘고맙습니다’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한자가 들어가는 ‘감사합니다’는 우리의 고유어 ‘고맙습니다’보다 정중한 표현으로 쓰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혼술아저씨가 별거아닌 것에 헤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정중함과 상관없이 두가지 표현을 혼용해서 사용하다보니, 상대와 상관없이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는 대로 표현했던 것.
학자들도 ‘감사하다’나 ‘고맙다’는 어휘적 의미 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럼 상대가 누구든지 그냥 내키는 대로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상대의 사회적 위치가 높거나 나이가 많으면 '감사합니다'를 사용하라고 언제부터 배웠던 것인지 궁금하다. 다들 그렇게 가정교육을 받아 온 건가? 그리고 만만한(?) 상대면 '고맙습니다'를 사용하는 것이 뻔한 상식처럼 말하는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이 많던데, 그렇게 상대를 구분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다. 혹시나 아무 의도없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는 고마움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저 쉐키가 나를 하대하는구나'라고 오해하기 딱 좋은 이분법적 구분을 부추기는 건지...

낡은 편견에 찌든 사람의 지적질은 버려라
윗사람에게는 한자가 꾸겨들어간 표현을 쓰고, 격식을 차릴 필요없는 아랫사람에겐 그냥 우리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고 평하는 학자들도 문제가 많다. 공부했다는 분들이 그렇게 선을 그어 버리면 '앞으론 우리 고유어를 격식이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이라도 할 것 같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한자 사대주의의 존재를 부인하지 못하면, '몸에 안좋은 음식이지만 맛있어서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발언과 다름없다.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되고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버려야 깔금한 것이다. 한자를 쓰면 존중의 의미가 좀더 찐하게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낡은 편견에 찌든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간단한 걸.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편한대로 써라
어제도 헤매는 일이 발생했다. 선후배들과 가평으로 놀러가기로 했는데, 두 분이 먹거리 장을 봐서 오겠다고 카톡에 올렸다. 그래서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더니만 챗방에 있던 선배가 '고맙습니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뜬끔없는 지적질을 한 것. 장을 봐오겠다는 사람중 한명은 후배, 다른 분은 선배다. 지적질한 쉐퀴나 한자 사대주의니 뭐니 하는 전문가들의 구분법으로 답글한다면 "후배님은 고맙고, 선배님은 감사합니다'라고 구분해서 써야 하는 거냐? 그래서 한글이 쓸데없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냥 감사하던지 고맙던지 아무렇게나 표현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이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 뭐그리 딱딱하게 구분하려 드는가. 이 틀딱같은 놈들아.

수고하셨습니다 vs 고생하셨습니다
이참에 다른 것도 시비를 걸어보자. 수고와 고생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혼술아저씨처럼 뻔한 걸 헷갈리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작년, 국립국어원에 다름과 같은 질의를 올린 분이 있으니 참고하자.
(질문)
- 수고하셨습니다: 위치나 지위,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 사용
- 고생하셨습니다: 존대가 필요한 상황이거나 나이가 높은 분께 사용
이렇게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맞을까요? 올바른 표현에 대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제시하신 바와 같이 정리되어 있는 내용이나 기준은 따로 없습니다.다만, 언어 예절 자료에서 '수고하다'에 대하여만 아래와 같이 설명하여 이를 참고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퇴근하면서 윗사람에게 “수고하십시오.” 하고 인사를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말을 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 말이 인사말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 말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할 수 있으므로 윗사람에게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동년배나 아래 직원에게는 “먼저 갑니다. 수고하세요.”처럼 ‘수고’를 쓸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립국어원 답변의 답변도 위아래를 구분하고 있다. 다행이 '고생'이나 '수고'는 한자니 고유어니 하는 구분 따위는 필요없지만 윗사람에겐 둘다 부적절하다는 '어이없는' 언어예절를 참고하라는 식의 기계적인 답변에 불과하다. 물론, 평직원이 사장님에게 '수고하십시요'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하면 몹시 어색하긴 하다. 근데, 그렇게 말하면 언어예절에 어긋나는건가? 까놓고 말해서 퇴근하면서 팀장에게 '수고하세요'라고 말하면 싸가지 없는 놈이 되는 거냐고~ 이 나라는 뭔 놈의 예절을 그렇게 따지는 건가? 뭐라고 말하든지 간에 소리만 듣지 말고, 말투나 표정으로 읽어라. 귀만 열고 눈은 감고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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