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연금수령과 이준석의 오지랖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세금과 재정 부담을 떠넘겨 현재의 표를 얻는 복지 정책을 실행한다면 그것은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 -이준석
예전부터 그랬지만 개혁신당은 갈라치기에 능하다. 이준석이 오랫동안 국민연금을 수령한 분의 내역서를 올리며 작금의 연금정책을 비판했다. 그의 발언을 잘 들여다보면 조건문이다.
"~실행한다면...그것은 폰지사기" 늘 이런식의 말장난이 이준석이나 그 당의 특기다. 묘하게 개구멍을 만들어 놓고 세대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적어도 웬만큼 나이들었다면 그의 발언이 참신하지도 않고 매우 계산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이준석이 페이스북에 한 시민의 국민연금 내역서를 퍼다 올렸다. 보자마자 번뜩이는 뭔가를 주체 못하고 부채질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진은 8년 3개월 동안 657만원을 납부하고 약 23년간 약 1억1800만원의 연금을 지급했다는 내역이다.
이준석이 하고픈 말이 뭐냐? 간단하게 그의 불만을 요약하면 이렇다.
1. 이미 납부액의 20배를 받았고, 살아 있다면 더 받을 거다.
2. (소주, 지하철요금을 예시로) 물가상승률보다 5배 더 받았다.
3. 소득재분배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해라.
딱 예상대로다. 이제 40살이 된 이준석의 입에서 튀어나올 만한 수준의 말이었다. 신박하지도 않고 논쟁의 가치도 없겠지만 심심풀이 멱살잡이로 좋으니 맘대로 풀어보겠다.
납부액의 20배를 받았다. 살아있다면 더 받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선을 넘었다. 뒷 문장은 '현재도 생존해 계신다면 앞으로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가 정확한 워딩이다. 더 받을 걸 걱정하는건지 더 오래 살 걸 걱정하는지 모를, 오해사기 딱 좋은 발언이다. 현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예시라고 하겠지만 예시가 된 어르인은 무슨 잘못이 있니?

늙은 세대가 국민연금을 축내고 있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갈라치기도 정도껏 해야지. 세상에 모든 세대가 만족하는 완벽한 연금이 있을까? 연금개혁을 백번을 해도, 세대별로 별도의 연금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이견이 없는 연금은 절대로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남의 연금에 주절거리지 말고 솔선수범을 보여라. 김광진처럼 '국회의원 연금페지법'이나 만들어 통과시켜라. 찾아보면 아직도 없애야 할 의원들의 특권이 널렸다.
평균수명을 알고 있나? 괜한 트집이다
600만원을 받고, 1억을 받았으니 횡재같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호출된 분은 당시 60세부터 수령했을테니 현재 84세다. 24년 기준,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90.7세, 남성은 86.3세다. (생명보험 통계) 연금수령 이전에 돌아가신 분들을 제외하면 아마도 100세에 육박하지 않을까? 84세 어르신이 겨우 23년간 연금 수령했다고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하~ 납부한 돈이 고작 600만원이라는 것에 공분할 세대들이 필요했나 보다. 그럼, 40년간 납입하고 40년간 받으면 트집 잡지 않을거냐?아님 물가상승률이 4배니까 2500만원만 내고 23년간 1억 받아가라? 좋은 대학 다녔다고 다 똑똑한건 아닌게 확실하네.
이준석 뿐만아니라 국민연금 자체에 대해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 광분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하나같이 한다는 소리는, (아직 연금을 납부하지도 않은) 젊은 세대들이 곧? 고갈될 연금을 부담하느라 허리가 뽀사질것이라는 것. 부정하지 못할 팩트다. 수령자는 늘고 납부자는 줄어들테니 연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뻔한 예측이다.
1988년 남성 기대수명은 65세
근데 말이다. 우리가 수십년 전에 몇살까지 살거라고 30년 넘게 연금을 납부 당했을까? 연금이 도입된 1988년 평균수명은 70.6세, 남자는 고작 65.8세 였다. 당시에 남자들은 고작 5년동안 연금 받자고 최대 40년간 자발적으로 납입했을까?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에 일이라고 상관없는가? 그럼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들을 위한 답시고 연금수령자를 개무시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대부분의 장기 납부자들은 직장인, 즉 월급쟁이다. 그들이라고 국민연금을 내고 싶었을까?빠듯한 월급에서 소득세 다음으로 빼가는 뭉텅이가 국민연금이다. 1년을 받을지, 20년을 받을지, 그것도 아니면 60세 이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거창한 노후계획에 따라서 연금을 납부당했겠냐? 이제 연금을 납부하는 세대들이 분명 부담은 가중되겠지만 수령 금액이나 기간은 커녕, 수령 여부도 불투명한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너희들 앞에 있었다.
유족연금? 개 풀 뜯어먹는 소리다
내역서 한장에 거품무는 이들의 입막음을 위해 신박한 사례를 언급하겠다. 바로 유족연금이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이 최대 60%의 연금을 받는 것이다. 와~수령자가 일찍 죽어도 배우자가 죽을때까지 넘겨받는다고? 상식이지만 이것또한 몹시 못마땅할것이다.
그런데! 떠나간 수령자가 40년 납부했고, 혼자된 배우자도 40년 납부한 연금수령자라면? 총80년을 납부했지만 유족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연금이 각각 100만원과 99만원이라면, 99만원은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다. 일찍 죽어서 날아간 연금은 괜찮고 오래살아서 좀더 받는것은 지적질 당해야 하냐고.
어짜피 강제된 (불확실한) 연금이다.
이번 연금 개혁?으로 기금이 최대 15년이 늘어난 2071년까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총리의 말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세대 갈라치기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발언들은 조심해라. 뭐가 그리 분통한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분통해도 표현 못하고 살았던 세대들이 있다. 오래 산다고, 긴 기간 연금 받는다고 당신들이 무시할 세대가 아니란 말이다. (늙으면 알게 되겠지만)오래 사는 것도 실력이다.
'좌충우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란한 고독과 향기로운 습관에 대하여: ‘혼술’과 ‘반주’를 위한 찬가 (4) | 2025.04.17 |
---|---|
2025년 한국 : 수치심을 잃은 사회, 그 위에서 웃는 자들 (1) | 2025.04.14 |
탈모약과 비만치료제의 사이에서 일론 머스크 멱살잡기 (0) | 2025.03.31 |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의 사이에서 헤매는 이유 (1) | 2025.03.28 |
즉흥과 계획 사이에서: GD보다 노홍철의 삶이 부럽다 (0)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