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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 대권이 그렇게도 좋냐?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이 나라엔 도도한 독수리도, 완벽하게(?) 지저분한 잡새도 없다. 어느 쪽이 얼마나 더 구린지는 차이만 있을뿐 정치판은 원래부터 구리다는 것을 전제로 잡담을 푼다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마치 오랫동안 막혀 있다가 갑자기 뚜껑이 열린 하수구 같다. 숨 막히는 악취와 함께, 온갖 잡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대권이라는 먹이을 향해 몰려든다. 새라고 다 같은 새가 아니다. 이들은 결코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도, 정상적인(?) 비둘기도 아니다. 요란한 까마귀와 개걸스러운 비둘기도 있고, 일부는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잡새들이다.
 
황당한 '게엄령'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할 말을 잃었다. 무지와 오만이 결합하면 이런 괴상한 결과가 나온다. 누가 국가와 국민를 농락했는지, 아닌척 하면서 외면했는지는 대부분 눈치했다. 탄핵은 끝났고, 이제는 뻔뻔하게 대권주자랍시고 목에 핏대를 올리며 험담을 들어 놓는 자들의 시간이 되었다.
 

 
대체 누가 그들에게 자격을 줬단 말인가. 자신의 구린 곳을 덮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구라를 치던자들이 이젠 구국의 주인공인양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들이 자리잡은 포지션을 다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탄핵의 여파 속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한 자리 해먹겠다'는 본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어디서 다들 튀어나오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너도 나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국민은 그들을 부른 적이 없건만, 그들은 자기 착각 속에서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부름'을 들은 척 오만한 행보를 이어간다. 이 자들의 구태의연함은 실로 기념비적이다.
 
대부분의 예비후보들에겐 정책이나 비전따위는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원래 그런 게 아니었다. 상대 후보를 어떻게 더 세게, 더 치졸하게 깎아내릴 수 있을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 네거티브가 기본 전략이요,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얻는 반사이익이 유일한 승부수다.  헛소리나 소리나 지껄이는 저들이 대체 무엇을 바꾸겠다는 건가? 이런 인간들이 모여드는 곳에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은 없고, 오직 상대방을 끌어내리기 위한 구린 지적질과 변명만이 넘쳐난다. 마치 정치판 전체가 서로를 질질 끌어내리다가 결국 함께 진흙탕에 빠지는 형국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정치인의 인물됨이란 권력을 쥐었을 때가 아니라, 권력에서 물러났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것을. 손에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누구나 번지르르한 말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권좌에서 내려왔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어떤 신념과 품격을 지녔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잡새들은 국민 앞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나를 뽑아달라'고 지저댄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퍼덕이는 것은 진짜 날개가 아니다. 비전도, 신념도, 책임감도 없이 오직 욕망과 허세로 만들어진 거짓 깃털일 뿐이다. 그런 주제에 좌익이니 우익이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소리를 입에 올린다. 이들에게 무슨 이념이 있으며, 무슨 대의가 있단 말인가? 있는 것은 오직 권력욕 하나뿐이다.
 
비록 이 척박한 정치판에는 답도 없고, 미래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혹시, 아주 혹시라도,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이가 있다면, 제발이지 이 미친 편가르기부터 그만두길 바란다. 좌파니 우파니 나누기 전에, 인간답게 행동하는 법부터 배워라. 기껏 잡새 수준에 왼쪽, 오른쪽 날개가 무슨 차이냐? 제대로 날려면 양쪽 날개가 성해야 할 것 아닌가? 날지도 못할거면서 헛소리 그만하고, 발밑이나 똑바로 살펴라. 지금 당신들이  있는 곳은 (국민의 싸늘한 외면으로 가득찬) 늪지대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