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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실실

"의사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원희룡의 호들갑에 박수를

 
  • 호들갑(명) : 경망스럽고 야단스러운 말이나 행동.

"의사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혼술아저씨랑 상관없는 남의 밥그릇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 싫지만 그동안 의료파업은 몹시 안타까웠다.  '그들의 버티기는 단순한 파업'이 아니라 환자 가족들에겐 생명을 두고 실랑이하는 극단적인 이익단체의 실력 행사니까.  가까운 친인척 중에 의사가 꽤 있지만 다들 개업의라서 의료파업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 그래서 모든 의사를 의료파업의 주동자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1년 넘게 의료 파업과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국토교통부 장관의 깔끔한 비판, 아니 비난에 가까운 호들갑이 sns에 올라왔다. 그가 누구인가? 그 대단하신 원희룡 장관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파행, 이제 마무리 지어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의료개혁에 극렬 저항하는 전공의·의대생에게 계속 끌려갈 수 없다"고 일갈(!) 아닌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현재의 의료체계에는 필수의료가 내팽개쳐지는 왜곡이 있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료개혁에 극렬 저항하는 전공의, 의대생들에게 계속 끌려갈 수는 없다. 의료계의 과반 참여를 보장하는 의사 수급체계 결정 방식을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정 의사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제 분명히 말해 줄 때가 됐다. 환자 목숨을 틀어 쥐고 선동과 협박을 하는 자들에게는 의사 되지 않을 자유를 주고 각자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줘야 한다.복귀하지 않은 의사들의 빈자리는 의사 역할 제대로 잘 해보겠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다른 의료 직역에 있는 분들이 채우면 된다"
어떤가? 뭐 틀린 말 없는 시원한 호들갑이 아닌가? 역시나 원희룡 다운 군더더기 없는 직진이다.
 

원희룡 그는 누구인가?

지금 젊은! 세대들은 원희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꽤 있을거다.  한때 대권 잡겠다고 경선에 나선 적도 있고 최근엔 어디 고속도로가 갑자기 휘어버리더니만 그걸 변명(?)한다고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고... 암튼간에 아직까지 건재한 양반이다.

  • 1981.12. 제1회 대입학력고사 전국 수석
  • 1982.3.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수석 입학
  • 1992.10. 제34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

대단하지 않은가? 정치이력을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의 그의 말과 행동으로 섯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물론 세월의 풍파 못지 않게 정치적 부침이 심해서 그 탁월함이 퇴색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단 세줄의 이력이 이토록 강력한 건 현대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고시 수석, 혹은 고시 3관왕 따위(?)는 몇수 아래로 접어야 한다. 저 정도면 수능은 몇번 씹어 먹을 듯 한데 시험에 관해서는 의사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려나? 의사가 되는 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서울대 의대를 수석합격하는 건 다른 차원이라는 거지.

울버린도 있네? 돈이 무서워 도망가는 건가? 의사 되기 싫다고? -췟지피티

의료파업은 그냥 밥그릇 싸움?

시시콜콜한 댓글성 반응에 대응할 가치는 없다. 의료계는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테고, 환자 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게 당연하니까. 파업을 하는 의사들과 학생들의 주장이 아무리 타당하다고 해도 이기적인 행태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나중(?)을 위해 욕을 얻어 먹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당장 아픈 사람들에겐 의료 공백으로 건강권이 침해 당하는 것이고,  '함량 미달' 의사 범람(?)으로 협박하는 의사들에겐 불신감만 늘어나고, 정부가  항복하면 의사들의 특권의식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는 속쓰림과 비아냥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싫으면 의사 관둬라 vs 꼬우면 의사 해라.
 
싫으면 관둬라? 원희룡 장관의 직진이 시원하다고 박수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혼술아저씨'도 아주 소심하게 박수를 치고 싶다. 그런데 파업에 동참한 의사들, 의대생들이 의사가 되는 걸 싫다고 한 적이 있는가? 그냥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푸념을 장관이라는 60대 아저씨가 저렇게 받아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말그대로 누굴 위한 호들갑인지...
 
연세대, 인하대, 가천대 등은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시킨다고 이미 공지했다. 전공의들과 달리, 이젠 의대생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제적을 감수하고 버틸 것으로 보는가? 5천명이든, 3천명이든 대략 100명 중 한명이 의대에 합격하는 상황이 작금의 실정이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이과 상위 100명 중 공대나 다른 전공으로 빠지는 경우는 한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상위권 학생들은 의대 진학에 몰빵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의대를 밥그릇이 좀 줄어 든다고 관둘까? 머리수가 늘어나서 '질적 저하'를 논하는 건 그들이 걱정할 게 아니다. 언제부터 실력 안되는 의사들에게 치료받을 환자들을 걱정했다는 건가? 개업해서 대출 갚고 안락한 삶을 살면 그뿐일텐데...
 
돌이켜보면, '혼술아저씨'는 학력고사 세대라서 의대에 상위권 학생들이 병적으로 몰입하지는 않았다. 물론 먼 미래를 내다본 친구들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점수로 지방대 의대에 진학했지만 그들의 위세(?)는 지금같지 않았다. 이과생에겐 서울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가 최고봉이었으며 SKY는 커녕 한양대 공대 갈 실력이면 지방대 의대를 수월하게 합격할 수 있었던 시대였으니. 물론 그때도 인서울 의대는 꽤 높긴 했다.
 
말하려는게 뭐냐? 전공의든, 의대생이든 간에 그들은 절대로 의사를 관두지 않는다. 정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홧김에 의사의 길을 때려치우고 뭘 할건데? 초딩때부터 의대갈려고 그토록 고생한 젊은이들이 쉽사리 포기할 돈주머니가 아니랜다. 원희룡 장관! 알겠냐? 결국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에 불과한 걸 당신도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