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서울, 소득층으로 아이들을?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질문에서 '저소득층 아이, 고소득층 자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논란이 되었다. 꽤 충격적이었는데 민주당이나 기자들은 그리 심각한 발언이 아니었나? 물론 대응 성명을 했다지만 그리 시원찮은 수준이었다. 오시장의 의식의 흐름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주라서 비판의 가치가 없는 걸까?
발언과 관련한 정확한 팩트는 이렇다.
민주당 시의원이 "아이들 밥 주는 게 싫다고 사퇴하셨던 분인데 이번에는 시장직을 걸지 않으시나"라면서 어쩌구저쩌구 비판했더니,
오 시장은 "그런 표현 쓰지 마시라. 아주 저차원적 표현이다. '아이들 밥을 주기 싫어서 사퇴했다' 이런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고 부정확한 표현"이라며,
"제가 분명히 저소득층 아이들 밥 주는 건 동의했다. 그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이 고소득층 자제에게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니 고소득층에게 가는 건 저소득층에게 다른 학자금 지원이라도 하자는 입장이었단 걸 다시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오시장은 '고차원적인,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으로
"저속득층 아이들, 고소득층 자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표현을 뭐라고 변명했을까? 4년전에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찾아봤다.
"무상급식을 반대한 적이 없다.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한 것이다. 부자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더 두텁게 해서 교육사다리를 만들자"
이렇게 인터뷰를 했다네.
오시장이 변호사로서 방송에 막 나왔을때 나름 신선하고 기대도 많았다. 젠틀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힘들게 살아온 그의 과거도 나름의 스토리로 작용했겠지만 암튼간에 지금과는 달리 상당히 호감형이었다. 1996년 동아일보의 결혼하고 싶은 남성 순위에서 배우 이병헌을 제치고 6위를 했다나 뭐래나.ㅎ
위키에 의하면,
어린 시절을 "산꼭대기 동네에 살면서 호롱불 켜고 우물물 길러 다니면서 학원도 못 다닐 정도로 어려운 집안 형편이었으며, 숙제는 해가 지기 전에 미리 끝내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라고 하니 흙수저 출신임이 확실하다.
그런 그가 왜 무상급식때도 그러더니만 이번에도 왜 아이들을 갈라치기 하는지 의문이다. 그가 주장하는 선별적 급식도 일면 타당하지만 그 타당성은 교실에서는 동급생의 시선에서 차별적 급식으로 변질되기 쉽다. 서울시장으로서 오시장의 정책중엔 칭찬 받아 마땅한 것들도 많다. 유감 분출 포스팅이라서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지만 그가 못마땅한 일만 주구장창 늘어놓았던 건 아니라는...
왜 오시장은 선별적 무상급식을 고집하다가 시장직까지 내려놓았으면서 이번에도 그런 발언을? 이게 단순한 말 실수라고 얼버무리고 지나갈 것은 아니다. 오시장의 한글사전엔 '저소득층 자제', '고소득층 아이'와 같은 것 따위?는 없는 건가? 이런 말은 어색하고 정확치 않은 저차원의 말이라서 차마 동일하게 아이, 혹은 자제라고 구분해야 속이 시원한거냐?
서울을 이끄는 시장이라는 자리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서울 시민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다. 정책 고민을 하는 만큼 단어 선택도 고민해라. 탁월한 언변이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말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오세훈이라는 공적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아이와 자제’라는 계급이 생겼고 그게 마치 향후 서울, 아니 대한민국을 ‘고소득층 자제’들이 주도하고 그 곁을 힘없이 맴도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면?
결국, 그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아이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시장’에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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