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악회는 대략 100,000개
등산 인구는 18,000,000명
바야흐로 시산제의 시즌이다. 아마도 이번주가 절정이지 않을까 싶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세개의 산악회에 가입했을 것이고, 통계에 따르면 한달에 한번이상 등산을 하는 사람이 무려 1800만명이라고 하니 가히 등산의 나라로 손색이 없을 듯.
비록 남한의 8751개의 산중에 90%이상이 2천미터 미만에 불과하지만 한국인의 산사랑은 어느나라 못지 않다. 아마도 히말라야의 고산 같은 위험하고 험준한 산보다는 인간 친화적(?)인 낮은 산이 맞아서 더욱 그러한지도.
언제부터 산악인들이 시산제를 지내기 시작했을까? 월간지 산에 실린 내용으론, 1966년 설악산악회 등이 공동주관한 설악제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마저도. 산제의 형식보다는 설악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등반대회 등 축제의 성격이었다고.
혹자?는 동국대학교 산악회가 68년 신년 초에 북한산에 올라 돼지머리를 올리고 제사를 올린 게 시산제의 시초라고 한다. 최근의 시산제처럼 다분히 유교적인 순서에 따라 축문을 등의 의식은 없었지만 산신에게 무사산행을 기원하며 비스무레한 제를 올렸다고 한다.
즉, 최초이건 아니건 이즈음 산악회들은 오늘과 같은 시산제 행사를 갖지 않았다. 다만 등반 장비 등을 앞에 놓고 술을 따르는 간단한 제를 올렸다. 마치 심마니들이 산을 오르기전에 산신께 허락을 구하듯이. 물론 심마니의 절은 산삼도 허락하길 바라는 맘도 컸겠지만.
시산제에서 절은 삼배
각설하고, 제목으로 돌아가서 시산제에서 절은 몇번하는 건지 알아보았다. 내심 궁금하기도 했고 왜 그런지도 알고 싶어서. 시산제는 말그대로 산신에게 들이는 제사인데 사람이 아니고 신(神)이기 때문에 삼배가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겐 1번 (양), 죽은 사람에겐 2번 (음) 하기 때문에 신에게는 최소한 3번이상 부터 유효(?)하다는 식이다. 부처에게도 3번 절하고 황제에게는 4번 절했다는데 아직 부처나 황제를 만났다는 사람은 없어서...
최근 제사도 점차 사라지거나 간소화 시키는 마당에 시산제를 미신에 가까운 허례로 취급하는 분들도 꽤 많다. 종교를 떠나서 시산제를 꺼리는 사람도 있을테고. 일부 거시기한 산악회에선 공공연하게 시산제를 빌미로 운영비를 찬조금의 형식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돼지머리의 입과 귀에 빼곡히 박혀있는 봉투와 현금을 시산제의 목적처럼 떠드는 사람도 있으니.
뭐가 중헌디? 애국가는 왜?
초헌, 아헌, 종헌 등 순서와 절차를 따르며 절을 반복하며 마치 종가집 제사 지내듯이 축문을 낭독하는 방식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시산제라는 행사가 중년이상의 아저씨 아줌마들의 산악회의 전유물이니 젊은 세대는 아예 관심도 없겠지만 같은 아저씨 입장에서 뭔가 딴지를 걸고 싶다는...
1800만명이 한달에 한번이상 산에 오르는 나라에서 아직도 투철한 유교 제례를 답습하는 시산제에 반기(?)를 들며 간소화를 제안하고 싶다. 복잡한 순서는 축문낭독- (단체로) 산신에게 묵념 혹은 절 - 끝.
문제는 축문이다. 종가집 축문에 버금하는 한자를 가득 집어 넣은 유세차 어쩌고하며 시작하는 거창한 축문 대신에 우리말로~ 인터넷에 떠도는 샘플을 더욱 간소화한 축문을 덧붙인다. 신세대 산신들도 지겨운 건 싫어할 듯.
이천이십오년 삼월 ㅇ일, ㅇㅇ산악회 회원 일동은 ㅇㅇ산에서 천지신명과 산신께 정중하게 아룁니다.
ㅇㅇ산악회가 산을 배우고 즐기고자 모인지 ㅇ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산을 오르는 걸음마다 무탈하게 하옵시고, 아름다운 산을 즐기며 산행 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이자리를 함께한 회원님 뿐만아니라 함께하지 못한 회원님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올해도 안전한 산행 활동을 보살펴 주십사하는 간곡한 소망을 담아 한 잔의 술과 음식을 올립니다.
이천이십오년 삼월 ㅇ일, ㅇㅇ산악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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