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를 찬양하는 무책임한 추천글이 아니라, 프레임만(?) 부수는 잡담이다. 어차피 주식투자는 개미의 영역에겐 야바위 꾼들의 영역이다.
1. 동전주는 가난한 자들의 주식인가?
“천 원도 안 되는 주식? 그건 애초에 진지하게 투자할 만한 게 아니지.”
많은 사람들이 동전주를 이렇게 일축한다. 흡사 시장통에서 팔리는 신선하지 않은 채소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싸구려는 싸구려답게 취급받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싸구려’가 오를 때는 전율이 온다. 50원이 100원이 되면 수익률은 '100%'다. 이 수익률을 삼성전자에서 바라보는 데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식 유튜버, 경제 칼럼니스트, 전문가라는 이름표를 단 사람들은 말한다. "동전주는 도박이다." 도박? 아이러니하다. 그들이 추앙하는 고평가된 우량주를 지금 사는 것도 성장 스토리에 인생을 거는 일종의 도박이다. 단지 그 도박은 정장을 입고 있으며, 동전주의 도박은 찌든 청바지를 입었을 뿐이다.
2. 재무제표를 보지 않는 자에게만 위험한 주식
동전주는 허상이라고들 한다. 실체 없는 기업, 의미 없는 숫자놀음, 언제 상장폐지될지 모르는 시한폭탄.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알고 있다. 자본잠식, 적자지속, 자본금 감소 등등. 즉, 투명하게 위험하다. 오히려 위험을 숨기지 않는다.
문제는 동전주 자체가 아니라, 그런 주식을 보면서도 '혹시 모를 급등'만을 쫓는 사람의 태도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우량주들은 위험을 감춘다. 갑자기 실적이 꺾이거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 순식간에 주가는 반 토막이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우량주를 ‘안전자산’이라 부른다.
동전주는 위험이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이 문제다. 정직한 쓰레기를 보며 자꾸만 금덩어리인 척하는 건, 투자자가 문제지 동전주가 문제가 아니다.

3. 단타의 놀이터? 감정조절 훈련소에 가깝다
동전주는 변동성이 크다. 하루에 +30%, 다음 날 -20%, 그런 일들이 일상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투기장의 광기"라며 비난한다. 하지만 그 ‘광기’ 속에서 감정 훈련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전주는 리스크 관리의 극한을 체험할 수 있는 교재다. 작은 금액으로도 실제 손익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심리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소액으로 경험을 쌓기에는 최적의 종목이다. 이걸 몰빵의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 문제지, 동전주가 무슨 죄인가?
주식은 원래 냉정한 숫자의 싸움이지만, 그 숫자에 감정을 얹는 건 인간이다. 그리고 동전주는 그 감정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겁 많은 자는 도망가고, 탐욕스러운 자는 무덤을 판다. 결국 이건 인생의 축소판이다. 진심으로 웃기지 않은가?
4. 기회는 쓰레기 더미에 있다
이따금 동전주에서 시장의 기형적 기회가 발견된다. 바이오 테마주, 전기차 배터리 껍데기를 씌운 껍데기 회사, NFT 코인 유사기업 등. 물론 대부분은 ‘포장’일 뿐이지만, 간혹 그 포장이 진짜로 현실화될 때가 있다. 그때 동전주는 두 자릿수, 세 자릿수 수익률을 보여준다. 문제는 당신은 스 수익률을 감당할 수가 없다 것.
동전주에 대해 비아냥대는 사람들은 그 기회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막다른 절벽이 눈에 보이는데 달려가는 것은 당연히 위험니까. 그들에겐 무작정 점프해서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황당한 짓이다. 그냥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단정하니까.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누가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쓰레기 더미에서 금덩이를 주운 자는, 아무리 더럽더라도 결국 이긴다. 그걸 겪은 사람들은 조용히 웃는다. 자기만 알고 싶은 기회는 말이 없다.
5. 동전주에 대한 혐오, 그것은 자기혐오의 투사다
동전주를 경멸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뭘까? ‘나는 절대 그런 싸구려에 손대지 않는다’는 우월감이다. 그 우월감은 종종 자기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난 실패하지 않을 거야. 난 신중한 투자자야." 그러나 우량주만 골라 담고도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그들은 말한다. “그래도 난 동전주 같은 건 안 했잖아.”
이 얼마나 애처로운 합리화인가.
성공의 실패보다 더 뼈아픈 건, 실패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그 자존심은 곧잘 ‘동전주 조롱’이라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들에게 동전주는 단지 리스크 높은 자산이 아니라, 자신이 절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의 상징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동전주로 인생 역전한 사람도, 동전주로 몇 번의 짭짤한 수익을 챙긴 사람도 있다. 그게 소수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자존심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조롱한다. 경멸한다. 혐오한다.
그렇다. 동전주는 결국 개미 투자자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다.
마무리: 싸구려 주식은 싸구려 인생의 상징이 아니다
동전주는 위험하다. 맞다.
그런데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우량주, 부동산, 코인, 심지어 은행 예금도 실질금리 기준으로 보면 ‘손실 자산’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와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이다.
동전주는 금액을 작게 조절할 수 있고, 변동성을 체험할 수 있으며, 정보의 신속성과 심리의 냉정함을 시험하는 훈련장이 될 수 있다. 단지, 그걸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다. '투자'는 자산의 품격보다, 투자자의 자세가 결정한다.
그리고 동전주는 그 자세를 가장 적나라하게 시험하는 도구일 뿐이다.
조롱은 자유지만,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는 것도 자유다. 단, 그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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