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에 어울리는 간단하고 저렴한 안주 10선
혼술. 혼자 술을 마신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이겠지만, (중독된) 누군가에겐 해방이다. 누구 눈치 볼 필요 없고, 쓸데없는 안부 인사도 필요 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관계는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소모품이니까. 다들 착각하지 말자. 우리는 친구가 있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잠시 손을 잡는 이해관계자만 있을 뿐이다. 그런 세상에서 혼술은 유일하게 나답게 쉴 수 있고 좋아하는 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40대를 넘어, 50을 지나고 60대에 이르는 과정에서 친구도 점차 줄고, 체력도 쪼그라들고, 믿을 건 오직 내 입맛뿐이다. 그 입맛을 만족시키는 건 다름 아닌 소주 한 병. 이놈 참 고맙다. 배신도 안 하고. (누군가는 싫어하지만)꾸준히 도수 낮춰서 속도 덜 쓰리고, 가격도 아직은 소소한 수준이다. 21도만 고집하는 부류들은 계속 빨간뚜껑만 고집하면 된다. 선택의 폭이 넓으니 이런 점에서는 한국이 참 살만하다.
혼술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안주다. 좋은 안주는 비싸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라. 그렇다고 해서 가성비만 따지는 궁핍한 주정뱅이는 아니다. 소주 한병 마시자고 매번 새로운 ‘경험’을 위해 특별한 안주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 또한 즐기지 못하면 스트레스다.
찬란한 고독과 향기로운 습관에 대하여: ‘혼술’과 ‘반주’를 위한 찬가
어떤 이들은 말한다. 술은 여럿이 마셔야 제맛이라고. 웃고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 잔을 주고받아야 취기가 배가된다고. 근데, 세상이 그렇게 한가한가? 굳이 같이 술마실 사람을 찾느니 홀로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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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뻔한데, 그 뻔한 저녁에 익숙하더라도 부담없는 안주 하나면 된다. 그 옆에 차가운 소주 한병 있는 것으로 충분히 설레고 즐거워야 진정한 혼술쟁이다. 느낌, 그게 삶이다. 아래는 세월의 풍파를 제법 멋지게 버텨 온 중년 이상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특별하지도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내 입에 맞으면 그만이다. 10개 중에 하나라도 패스하고 싶다면 당신은 한국형(?) 혼술쟁이로서 자격미달이다.
1. 두부조림
마트에서 1,500원짜리 두부 하나 사면 이틀은 안주 걱정 없다. 간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 조금 넣고 자박하게 졸여내면 끝. 단백질도 챙기고, 뜨끈한 맛이 몸을 풀어준다. 퇴근하고 돌아와 찬바람 든 마음을 데우기에 적당하다.
2. 계란말이
말해 뭐해? 6개에 2,000원도 안 한다. 파 다지고, 소금 톡 넣고 돌돌 말면 된다. 가끔 김이나 치즈 넣으면 그게 또 별미다. 간단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안주다. 소주에 좀 심심하다 싶지만, 인생은 원래 과한 맛보다 덤덤한 것 하나쯤 있어야 버티는 거다.
3. 참치마요 덮밥
참치캔 하나, 마요네즈 한 숟갈, 간장 약간, 밥 위에 얹고 김가루 뿌리면 완성. 귀찮고 배는 고플 때 최고의 선택이다. 고급지진 않지만, 기가 막히게 술이 돈다. 회사에서 싸가지 없는 놈에게 지친 날, 말 없이 술 따라 마시기 좋다.
4. 마늘쫑 볶음
마늘쫑은 싸고 오래 간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볶으면 아삭한 식감에 소주가 줄줄 들어간다. 슴슴하게 건강 챙기는 척도 할 수 있다. 세상이 자기 숟가락 챙기기 바쁜데 이 정도는 스스로 챙기자.
5. 오징어채 무침
마트에서 3,000원짜리 오징어채 하나면 몇 번을 먹는다. 고추장, 식초, 설탕 넣고 버무리면 쫀득쫀득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씹을수록 화난 감정도 같이 씹어 넘기는 기분이다.
6. 김치전
김치 좀 삭았다 싶으면 밀가루랑 섞어 부쳐라. 기름 냄새 올라오는 순간, 하루의 짜증도 사라진다. 굳이 막걸리 안 마셔도 된다. 소주도 이 녀석이랑은 꽤 잘 어울린다.
7. 소세지 야채볶음
집에 남는 양파, 파프리카, 소세지 썰어 넣고 볶기만 하면 된다. 아무 생각없이 스팸으로 대체해도 상관없다. 그 무덤덤이 좋다. 유별나지 않게 무덤덤하게 살아왔다면 적잖게 위로가 된다.
8. 김 계란국
속 쓰린 날은 국물 있는 게 좋다. 김 뜯어 넣고 계란 풀면 끝이다. 뜨끈한 국 한 숟갈에 소주 한 잔. 딱이다. 말 많고 시끄러운 세상 속, 조용한 이 국물은 자신만의 명상 시간이다.
9. 꽁치통조림 찜
통조림 하나 꺼내서 고추장, 물 넣고 끓이면 된다. 생선 비린내 없이 칼칼하게. 생선 구울 시간 없을 때 최고의 대체재.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이건 비지떡 이상의 맛이 난다.
10. 묵사발
여름엔 묵사발이 진리다. 도토리묵 한 팩에 1,000원. 식초, 간장, 고추가루, 얼음물 넣으면 끝. 싸고 시원하다. 딱 자신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투박하지만 끝은 시원한 그런 맛.
한 달에 10번 혼술하면?
( 집에 남아 있는 재료를 보태면) 안주 평균 단가를 대충 잡아도 5,000원이면 끝. 소주 한 병 2,000원 남짓. 넉넉잡아 1회당 7,000원. 한 달에 10번 마신다고 쳐도 7만원이면 끄~읕! 어쩌다 족발이나 보쌈, 곱창볶음 같은 넘치는 안주를 한두번 플렉스 해도 전혀 부담없다. (주량이 꽤 되더라도 혼술이나 반주는 한병에서 끝내라)
솔직히 이 정도로 해방감을 살 수 있다면 거저다. 누군가를 일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대리비까지 치면 1번에 10번의 혼술 비용을 날리는 거다. 게다가 어색한 얘기까지 견뎌야 한다. 차라리 혼술 10번이 낫다. 감정 노동 없이, 내 입맛대로, 내 시간에.
결론? 혼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삶, 그 틈에서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소주를 따를 것이다. 안주는 싸지만 진심이다. 이 싸구려 진심이, 세상 그 어떤 비싼 위로보다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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