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는 좀 다르게 접근한다. 이별의 유무에 따라 2가지 버전이다. 요즘은 흔해 빠진것이 이혼이고 '백년해로'라는 말도 주례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하지만 티격태격, 사네 못사네 하면서도 60년 정도 함께 살아 온 부부라면 이별의 상심은 큰 산과 같을 것이다. 이별의 지점을 굳이 90세에서 나눈 이유는 요즘엔 워낙에 장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즉, 이번 편은 혼자 남은 90대를 위한 잡담이다. 90대면 누군가에겐 워너비 인생,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루거나 유지하려 하기보다, 이미 터득한 살아낸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법을 천천히 풀어 헤치며 남겨진 삶을 향유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난 뒤 여전히 살아 있는 자의 몫은 고통이지만, 동시에 어떤 ‘책임’과 ‘여유’도 따라온다.이제 그 무언가를 진심과 존경(!)을 담아 6가지 비결로 풀어본다.
90세, 혼자 남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나 – 삶을 지키는 6가지 방식
90년을 살았다. 살다보니 살아온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젠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 자체가 작은 기적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내 인생에서 가장 익숙했던 사람, 가장 오랜 친구였던 아내(남편)가 떠났다. 남겨진 삶은 한없이 조용했고, 처음엔 그 침묵이 버거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점차 알게 된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내는 것, 그것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1. 고인의 자리를 지키지 말고, ‘나의 자리’를 다시 만든다
아내가 떠난 후, 자꾸 그 자리에 눈이 간다. 앉던 자리, 쓰던 이불, 자주 들락거리던 부엌. 하지만 결심해야 한다. 그 자리를 계속 지키는 건, 결국 나까지 거기에 묶이는 일이라는 걸. 자리도 바꾸고,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들여라. 이젠 거실이 ‘우리의 자리’가 아니라 ‘나의 자리’가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살아남은 자에게 필요한 건 추억이 아닌, 방향이다.
2. 사진은 보되, 매일은 보지 않는다
매일 사진을 들여다보면, 삶은 그 속에 갇힌다.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날에만 사진첩을 여는 것으로 자신과 약속한다. 그날은 슬퍼도 괜찮다. 웃어도 괜찮다. 그리고 나머지 날엔 남겨진 하루하루에 집중한다. 아내를 잊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3. 몸이 허락하는 한, 매일 걸으며 세상에 이름을 남긴다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걷는 것이다. 오전엔 단골 슈퍼까지 걷고, 오후엔 공원 벤치까지 걷는다.
이제 다리를 쓰는 일은 건강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의 존재를 움직이는 일이다. 걸을 수 있다는 건 여전히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증거다. 시간과 거리에 의미를 둘 필요없이 하루동안 자신이 어디론가 이동한 적이 있다는 것을 위안삼아 하루를 보내도 괜찮다. 정신과 몸이 감당된다면 누군가와 함께 걸을 필요는 없다. 감당되는 만큼 허락해라.
4. 누군가와 짧은 대화를 한다 – 그것만으로 하루는 다르다
이웃집 학생도, 약국 약사도, 경비 아저씨도 상관없다. 쓸데없는 오지랖이 아니라면, 대화는 길지 않아도 가볍고 사소해도 좋다. “날이 좋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 작은 말 한 마디가 자신의 하루를 깨어 있게 만든다. 세상과 한 줄의 끈이라도 계속 이어야, 고요함이 고립이 되지 않는다. 90대에 수다스러움까지 동반했다면 노망이 아니라 축복이다. 90대들과 대화를 고집할 것인가? 어짜피 세대차이를 극복하긴 힘들다. 그냥 나 자신을 위한 인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5. 색다른 의미를 찾지 말고, 그냥 익숙한 루틴을 유지한다
아직 남은 생을 버킷리스트에 올인 할 열정이 있는가? '90대 노인이 뭘 해냈다더라' 같은, 노익장에 찬사를 보내는 해외토픽에 자극을 받는가? 혼자남아 외롭고, 기력이 쇄약해져 뭔가 색다른 의미를 찾고 싶더라도 참아야 한다. 이젠 무의미하게 보이는 일상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차를 마시고 TV 뉴스를 틀어놓는다. 그간에 유튜브나 SNS를 즐겼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의미는 나중에 따라온다. 지금은 단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오늘을 끝낼 때, 고요히 나 자신에게 인사한다
밤마다 이렇게 말해보라. “오늘도 수고했어.” 예전에 수십년간 그렇게 말해줬던 사람이 이젠 곁에 없다. 누구도 내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으니까, 이제는 스스로가 자신에게 말해보라. 그리고 가끔 아내에게도 말해 보자. “당신 없이도 오늘 하루 잘 살아냈어.” 이 작고 조용한 독백이, 인생의 마지막 시즌을 고요하게 밝혀주는 등불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주변도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살아 있고 오늘도 내 두 발로 하루를 걷는다. 젊을 땐 ‘더 많이 살기 위해’ 살았다면, 이젠 ‘더 잘 떠나기 위해’ 살아가는 시기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아끼고, 자신을 안아주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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