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뭐라도 되는 줄 아나" – 대권 관련주의 광기와 염병
대선이 다가오면 한국 주식시장은 합리성과 분별력이라는 단어를 묘지에 묻어버린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순간, 난데없이 몇몇 회사들의 주가가 미친 듯이 요동친다. 뭐, 그 후보자가 과거에 잠깐 엮였던(?) 회사라든가, 대표가 동창의 마누라의 남편(??)이라는가, 심지어 한때 동네 주민이었다는 이유로 관련주에 끼워 맞춰지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유력인 관련주'라는 이름의 이 광기는,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는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투자자들을 끌고 간다. 그저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이유로 주가는 급등하고, 곧이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폭락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부분 뒤늦게 열차에 올라탄 개미들이 입는다.
대권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그 사람과 관련 있어 보이는 회사가 무슨 국책사업이라도 받는다고 확정된 게 아니다. 대체 왜 한국은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면 그 사람 이름과 엮인 회사가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정치적 낙수효과에 대한 망상이며, 시장에 널린 ‘명분 있어 보이는 도박’일 뿐이다. 정작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건 정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작전세력이며, 그들이 주가를 띄워놓고 빠져나간 자리에 개미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눈물을 흘리며 남는다.
2. "정책 한 줄에 광분, 뉴스 한 줄에 폭락" – 테마주는 기대감의 도박장이다
테마주는 새로운 사건이나 이슈가 생기면, 그와 관련된 종목들이 주목받으며 급등하는 현상이다. 정부의 정책 발표, 자연재해, 첨단기술의 부상 등 어떤 주제든 가능하며, 대개 소형주나 동전주가 그 무대에 오른다.
문제는 실질적인 실적이나 사업성과와 무관한 ‘연관성 놀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름이 비슷하거나, 먼 친척 격의 기술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종목이 테마에 편입되고, 투자자들은 기대감만으로 매수를 감행한다. 그 기대는 대부분 실현되지 않거나, 실현되더라도 주가가 이미 선반영되어 있어 폭락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테마주는 결국 허상을 팔고 있는 일시적 장터다. 처음에 들어간 소수만 수익을 보고, 대부분은 늦게 들어와 고점에 물린다. 뉴스에 반응해 뛰어드는 투자는 분석이 아니라 모방이며, 기대감에 올라탄 주식은 그 대가를 현실에서 치르게 되어 있다. 군중이 몰릴수록 거리를 두는 것이, 테마주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3. "그 종목엔 그림자가 있다" – 작전주의 은밀한 손길을 경계하라
작전주는 다른 말로 하면 조작주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이상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 호재도 없고, 실적도 없는 회사가 며칠 만에 수배 이상 오르는 기이한 현상. 거래량이 급증하고, 매수잔량이 터무니없이 쌓인다. 그리고 이상한 시점에서 갑자기 매물대가 터지며 낙폭이 크게 시작된다. 이 모든 흐름 뒤에는 조용히 주가를 조작하는 세력이 있다.
작전주에서 ‘세력’이라고 포장되는 놈들의 실상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교묘하게 줄타기하는 사기꾼이다. 종종 언론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까지 작전의 손길이 뻗는다. 찌라시와 유튜브 방송,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이 종목이 뜬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그것을 본 초보 투자자들은 아무 의심 없이 열차에 탑승한다. 그러나 그 열차는 애초에 하차 구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작전주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이미 내부에서 주가를 움직일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세력들과, 그 움직임에 휘둘리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정보의 장벽이 존재한다. 이런 종목은 아무리 기술적 분석을 잘해도, 세력의 손바닥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무기력한 장기말에 불과하다.
작전주는 급등한 후에야 뉴스에 나온다. 그리고 이미 올라버린 주가만을 보고, 늦게나마 뛰어드는 투자자는 ‘제물’이 된다. 그 어떤 시스템과 정보 분석도, 세력의 작전에 대한 면역력을 보장하지 못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작전주 냄새가 나는 종목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4. "지름길 따위 없다, 길게 보되 냉정하게 살아남아라" – 주식 투자의 유일한 진실
이쯤 되면 하나의 진실이 남는다. 주식 투자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운 좋게 단기 급등주에 올라타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건 ‘재테크’가 아니라 ‘도박’이다. 그것도 대부분은 탈출 타이밍을 몰라 결국 잃게 되는 구조적 도박이다.
모두가 대박을 노리고 시장에 들어오지만, 결국 시장은 소수만 웃게 만든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정보’가 아니라 ‘환상’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재무제표를 열어보는 수고를 하지 않고, 대신 유튜브 추천 종목을 보고 매수 버튼을 누른다. 이유는 단 하나, 생각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는 생각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차트를 보고, 실적을 보고, 산업의 흐름을 보고, 확률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반복하는 사람. 그리고 급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인내를 가진 사람. 결국 돈은 ‘생존자’에게만 남는다.
시장은 냉정하다. 그리고 그 냉정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스스로도 냉정해져야 한다. 테마에 취해 흥분하지 말고, 작전주에 현혹되지 말고, 정치적 망상에 기생하는 ‘유력인 관련주’ 따위에 자신의 피 같은 돈을 바치지 말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허상을 믿는 자를 벌하고, 근거를 가진 자에게 보상한다. 이 단순한 진실을 모른 체 하는 사람은 늘 시장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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