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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인은 비율은 37위, 근데 탈모인이 무려 1천만명?

탈모인 비율 1위는 스페인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인(!) 규모는 대략 1천만명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탈모 걱정인(?)과 탈모 호소인(?)을 포함한 아주 넓은 범위의 탈모약 복용자들로 산출했을것이다. 아니면 건강보험이 누명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고?

 

메디헤어(Medihair)라는 곳에서 2024년 탈모처방 플랫폼을 매월 이용하는 10만명을 대상으로, 총 42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한 거라고 발표한 리스트에선 스페인이 당당하게 1위다. 한국은 무려 37위. 성인 남성의 32% 정도만 탈모관련 처방이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다른 조사에선 체코가 1위라고 하는데 누가 1위를 하던지 상관없다. 우리나라가 어떤지가 중요하니까. 건강보험의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성의 32%가 무려 천만명이 되는건가? (여성 탈모인까지 포함해서 넉넉하게 잡아도 억지 수준의 숫자인 듯)

 

이 정도면 탈모 걱정인에 불과. -지피티 실망이다.

31조원 vs 27조원

잠깐 샛길로 빠져서 돈 이야기로 가보자.

탈모 관련 기술이 많은 건지, 화장품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20년간 탈모관련 화장품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했다고 한다. 그 점유율이 대략 43%라고 하니 10건 중 4건 이상은 한국인이 출원했다는 건데 도대체 왜? 

탈모약이 아니라 주로 두피, 모발에 주로 사용되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탈모 예방에 살짝 도움을 주는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이마저도 시장규모(탈모화장품)가 대략 31조원 규모라고 하니 대머리 공포증에 따른 지출은 가히 넘사벽이라고 할수 있겠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탈모인들이 소비하는 탈모약의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이 전망하는 탈모 화장품의 2025년 세계 시장규모는 31조원, 탈모약은 27억이라고 한다. 전망같은 무책임한 산출 말고, 실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싸질러진 통계를 보면 23년 시장규모는 25년 전망치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시장 말고, 국내 시장은 23년 기준으로 탈모약은 대략 1800억, 탈모 화장품(헤어케어를 전부 포함하면)은 1조 5천억에 달한다. 약은 승인받아야 먹던지 바르던지 하는 것이고 헤어 케어 기능이 있다고 출시하는 화장품은 무수히 널렸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고 탈모만 끼워 넣어 언급하면 다 탈모 화장품이 되는 상황인 듯.

 

국내 탈모인 1천만명 가짜뉴스인가?

탈모인(!)의 한 사람으로서 1천만명이나 되는 건강보험의 발표가 거슬린다. 사실인가? 아니면 가짜뉴스인가? 

1천만명이라는 숫자는 언제부터 언급이 되었을까?

 

3년전, 2023년 연초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공약으로 검토한다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자칭 전문가 무리들이 나대기 시작했다.  당시최종윤 의원이 SNS를 통해 "1천만 탈모인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게 화근이 된 것이다.

1천만 탈모인들의 표심을 노리는 정책이라면서도 탈모인은 당연히 열광적으로 환호했고 상관없는 놈들은 "건강보험 파산 앞당기는 공약"이라는 개거품을 물었다는. 문제는 이 시점에서 '국내 탈모 인구 1천만 명'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제로 깔고 있었다는 것이다.

1천만명의 근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1천만명이라는 추정치가 언론에 거론된 시점은 모발관리 산업이 돈이 되시 시작한 2000년대 후반이다. 2009년 모 신문사에  실린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탈모업계에선 탈모 인구가 2005년 500만명에서 2008년 900만명 정도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인 5명 가운데 1명꼴이며, 3년 사이에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탈모업계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부터 국내 탈모 인구 1천만 명 시대를 눈앞에 뒀다는 검증없이 따라 쓰는 기사들이 늘어났고 여기저기 블로그에도 사실처럼 인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추산하면 10년마다 천만명씩 늘어나서 20년도 지나지 않아서 대한민국 남자들은 모두 탈모인이 될 것인가? 

 

실질적인 탈모 환자는 13만명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질병통계에 따르면, 2023년 탈모로 진단받은 남성 환자의 수는 13만8548명이다. 보험 적용을 받은 환자이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으로도 성골(?) 탈모인이라고 할수 있겠다. 13만명이라는 수치는 급여 적용을 받은 환자이기 때문에 실제 탈모 인구는 당연히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천만명이라는 숫자와는 너무 괴리가 크지 않은가? 

 

그래서 혼술 즐기는 아저씨가 심심풀이로 탈모인의 등급을 나누고자 한다. 

기어이 1천만명을 채워주마.

 

성골 탈모인 - 보험적용 받는 실질적 환자,  13만명

진골 탈모인 - 비보험 탈모약을 복용 중, 100만명

탈모 인정인 - 약은 안먹지만 자타공인 탈모 진행 중, 200만명  

탈모 걱정인 - 나이들어 숱이 줄어 들어 걱정인 중년들, 300만명

탈모 예방인 - 탈모인을 약올리는 탈모 호소인들, 387만명

 

됐냐? 이 정도면 1천명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