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

산을 즐겨 다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젠 도심에서도 이따금씩 멧돼지를 목격하거나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공격적인 들개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위협적인 야생동물이 이 놈이다. 이놈에 대한 대처법은 가짜뉴스 만큼이나 다양해서 정확한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들마다 경험이 다르고 멧돼지 이 놈을 만난 환경이나 놈의 성질머리도 다를 수 있으니 수학공식 같이 딱 들어 맞는 해결책이라고 하면 오히려 믿기 힘들 것이다.

당연히 신중하게 행동해야 . 

멧돼지를 만났을 때는 당연히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냥 소리내지 말고 조용히 그대로 멈추는것이 최우선의 대응책이다.  이 놈은 움직임이나 소리에 반응해서 단숨에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멧돼지와 마주쳤을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색해보면 대부분 아래와 비슷하다. 워낙에 많은 대응법이 나와 있지만 간단히 5개로 추려본다.

1. 일단 멈춰라
갑작스럽게 도망치거나 기겁하는 소리를 내지르면 이놈도 당황스럽지 않겠나? 마치 본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테니  최대한 조심조심 움직이지 않고 놈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2. 천천히 물러나기
최대한 얼음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젠 놈과 거리를 벌려야 한다. 놈의 쌍판을 주시하면서  등을 보이지 말고 한걸음씩 조심조심 물러나면서 놈의 심기를 건드리는 범위를 벗어나도록 한다. 

3.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하지 말자
용기가 있는가? 사진속의 후드남 처럼 한방에 끝낼수 있다는 미친 생각이 아니라면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돌을 집어 던지는 행동은 금물이다.  만약 놈의 근처에 새끼 멧돼지가 있다면 예상치 못한 반격을 각오해야 한다.

4. 퇴로를 열어줘라
새끼를 보호하려는 멧돼지가 아니라면 대개는 사람을 피해서 도망치기 바쁘다. 이때 놈이 도망치는 도주로, 즉 퇴로를 열어어 줘야한다. 사람이 한두 명이라면 놈이 충분이 도망칠수 있겠지만  둘러쌓인 상황이라면 멧돼지도 이판사판으로 공격할지도.

5. 뭐라도 들고 방어하기

놈이 도망가지도 않고 점점 위협적으로 다가온다면 이젠 난감한 상황이다. 도망가기도, 나무에 올라가기도 늦은 타이밍이라면 베낭이나 등산스틱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놈이 더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거리를 유지해라.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대응법이다. 맘먹고 달려드는 놈을 공격할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가  '멧돼지를 만났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정보들이다. 그런데 마지막 5번째 상황에서 배낭이나 등산스틱이 방어 도구가 될수 있을까? 옆집 시끄러운 반려견도 아니고 국내 야생에서는 사실상 먹이사슬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놈이다. 놈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면 삼겹살이나 오겹살이 따위는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10만 마리의 멧돼지를 포획?

이 놈에 대한 여러 통계가 많지만 최신 통계는 드물다. 그런데 2018년에 대략 50,412마리가 포획되었다는 자료가 있다. 2012년에 14,370마리가 잡혔다고 하니 6년만에 대략 4배, 그렇다면 작년 2024년에는 2018년의 4배가 잡혔을려나?

전국적인 통계가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부산에서만 2019년 383마리에서 2023년 803마리로 늘었다고 하니, 지난해에 최소 10만 마리는 잡혔을거라고 추산할 수 있다. 대충 하루에 270마리가 대한민국 이곳저곳에서 총에 맞아서, 덪에 걸려서, 아니면 사냥개에 물려서 잡혔다는 것이다.

인명 피해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등산로에는 말할 것도 없고, 골프장, 학교 뿐만아니라 심지어 도심 식당에도 심심치 않게 출몰하는 놈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없을까? 즉 인명피해 말이다.

혹자들은 멧돼지는 사람들을 피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드물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2006년 11월 영동군 삼천면 에서 80대 노인이 멧돼지에 물려 사망.

2015년 11월 경북 군위군 소보면 50대 여성이 등산중 멧돼지 습격으로 사망.

2015년 12월, 강원 삼척시 비비골에서 약초군 멧돼지에 물려 과다 출혈로 사망.

위의 두 가지 사건은 멧돼지를 발견한 주민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물려다고...

2019년 1월, 경북 예천군 야산에서 60대가 멧돼지에 물려 숨진 채 발견.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충 검색해 본 '멧돼지 인명 피해' 뉴스가 저런 식이다.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이정도면 빈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통계는 찾기 힘들다. 다만 여러 기사중에 강원소방본부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집계한 5년간의 인명피해는 사망 3명, 부상 10명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10만 마 리씩 포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피해가 매년 몇 건씩 발생되고 있다, 멧돼지를 피하는 것이 방법인지, 싹 잡아서 씨를 말려버리는 것이 방법일지...

2024년 1월, 세종시 전동면에서 밭일 하던 60대 남성이 멧돼지에 물리고 들이받혀 중상.

2025년 1월, 충북 진천군 갈월리 60대 주민이 멧돼지에 얼굴을 물려 중상.

최근에도 위와 같이 2건의 사고가 있었다는 뉴스다. 암튼 호랑이처럼 사라지지 않을 멧돼지라면 제대로 된 행동 요령을 알고 조심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인 듯.

멧돼지는 유해야생동물

멧돼지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포획이 가능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멧돼지 보다 흔히 볼수 있는 놈들이 유해야생동물이었다는 것. 참새, 까치, 까마귀가 법적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포획이 가능하고 해서 아무나 잡을 수는 없다. 유해야생동물 포획허가를 받아야 한다니까 저 놈들을 잡아 없애고 싶다면 신청서를 작성해서  가까운 관공서 환경위생과로 제출하면 됨.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제시한 행동요령이니 잘 숙지하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