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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하다가 골로 간다”는 조롱을 이겨내라 : 욜로는 여전히 유효한 ‘진짜 삶’의 선택이다 1. 욜로는 왜 한국에서 급성장했는가: 불안이 낳은 거품'You Only Live Once'라는 꽤 쌈빡(?)한 것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탈진한 세대의 절규였고, 희망이 닫힌 사회에서 나온 체념의 반동이었다. 경제성장은 멈췄고, 취업은 바늘구멍이 되었으며, 집 한 채는 평생 빚을 지고도 가질 수 없는 신기루로 바뀌었다.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이른바 'N포세대'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과거처럼 ‘지금 참고 미래에 보상받는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욜로는 거대한 해방구처럼 등장했다. 소비는 죄가 아니고, 퇴사는 용기이며, 여행은 삶의 필수로 둔갑했다. 신용카드 한도를 긁어가.. 더보기
『娶妻莫恨無良媒 書中有女顔如玉』 — 책 속엔 얼굴 고운 여자도 있다는데, 현실은 왜 인간을 등급으로 나눌까? “娶妻莫恨無良媒 書中有女顔如玉”아내를 맞음에 좋은 중매 없음 한탄하지 마라. 책속에 얼굴이 옥처럼 아름다운 여인 있다네. 표면적으로는 혼인을 주선하는 인연이 없어도 책을 통해 아름다운 여성(혹은 이상형)을 만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중국 북송의 3대 황제) 송진종이 강조했던 독서의 가치 가운데 하나로, 현시대에서도 종종 인용되는 이 문장은 학문과 수양을 통해 결국은 삶의 중요한 결실도 얻을 수 있다는 고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과연 ‘書中有女顔如玉’이라는 문장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이상향의 서사인가, 아니면 인간 욕망의 한 측면을 정교하게 포장한 자기기만인가? 현대 사회로 시점을 옮겨보자. 고전 문학 속 지식인의 낭만적인 자기계발은 이제 ‘스펙.. 더보기
"성적이 바뀌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 한국 사회의 뻔뻔하고 치졸한 욕망의 민낯 1. 급훈이 던진 쓰레기, 사회가 주워 먹었다“10분 더 공부하면 니 마누라 얼굴과 몸매가 바뀐다.”언뜻 보면 유쾌한 교실 개그 같지만, 실상은 자못 음산하다. 한 고등학교의 급훈이었다던 이 문장은, 그저 교사 한 명의 유머 감각이 저질이었다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말은 한국 사회의 민낯, 곧 ‘성적 = 인생’, 더 나아가 ‘성적 = 결혼 시장에서의 가성비’라는 사고방식의 농축된 정수다. 우리는 그것을 웃으며 주워들었고, 시험기간에 서로 “이번 수학 망치면 마누라 외모 떨어짐”이라며 자학처럼 읊조렸다. 아무도 이 문장이 왜 ‘마누라’를 기준으로 성적의 대가를 상상하는지 묻지 않았다. 여성은 성적 향상의 인센티브이자 보상으로, 남성은 그 보상을 획득할 ‘능력’의 주체로만 묘사된다. 더 큰 문제는 .. 더보기
손톱 밑 가시와 썩은 염통: 2025년, 어떤 리더가 한국을 이끌어야 하는가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안이 곪는 것은 모른다.”이 속담은 우리가 얼마나 당장의 자극에 민감하고, 얼마나 장기적 재앙에는 무신경한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사소한 논란에 분노하면서도, 구조적이고 치명적인 병폐에는 참으로 관대하다.리더 선택도 그렇다. 지금 한국은 사소한 ‘가시’에 예민한 리더를 선호한다. 유능하지만 위험한 리더를 불신하고, 별볼일 없지만 안전해 보이는 리더에게 표를 던지는 시대. 그런데 그 선택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일일까?윷판 위 리더들: ‘모’는 위험하고 ‘걸’은 따분하다대한민국이란 윷판 위에 리더들을 배치해보자. 도, 개, 걸, 윷, 모.도는 느리고 별 성과 없다. 모는 판을 뒤집는다.문제는, 우리는 지금 모를 던지는 리더를 두려워한다. '모'는 불확실성, .. 더보기
“차도 , 집도 바꾸고… 마누라까지 바꾸는 남자들”– 돈벼락 맞은 한국남자들의 욕망에 대한 잡담 1. ‘차’, ‘집’, ‘마누라’가 상징하는 한국남자의 삼위일체적 욕망한국사회에서 남성에게 ‘차’, ‘집’, ‘부인’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외적인 지위, 내적인 자존심, 그리고 사회적 성공을 입증하는 징표다.차는 ‘과시의 총아’다.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자기 과시의 무대’다. 배기량과 브랜드는 사회적 서열의 상징이며, 비싼 차를 모는 순간 '내가 달라졌다'는 착각에 빠진다. 내면의 불안, 자존감 결핍을 엔진 소리로 메우는 것이다.집은 ‘정착의 환상’이다. 한국남자에게 집은 '성공했다'는 최종 증명서이며 동시에 '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자기 역할의 방패다. 그러나 로또급 돈이 생기면, 더 넓고 더 높은 집으로 옮긴다. 이제는 안정이 아닌 ‘우월함’을 보여주.. 더보기
칼도 썩을 ‘물베기’ – 참을 수 없이 유치하고 치졸한 한국 부부 갈등의 민낯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이제 그저 고전적인 착각의 유산일 뿐이다. 이젠 그 칼날이 상대의 감정을 도려내는 데 쓰이고, 물은 피로 물들어 흐른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부부 갈등 중재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예를 들어 《이혼숙려캠프》, 《결혼지옥》 등—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골병에 들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부 갈등은 이제 연애 예능만큼이나 소비되며, 웃고 떠들며 볼 수 있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결정적 갈림길이 ‘서사’로 포장되어 안방극장을 점령하는 시대,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1. 통계가 말하는 ‘사랑의 파산’, 그 이유를 따져보다2024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혼 건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연간 약 10만.. 더보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한국 자본주의가 길러낸 집단적 위장병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한국 자본주의가 길러낸 집단적 위장병 한국 속담 중 유독 뼈아프게 현실을 꼬집는 말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 문장은 단순한 질투를 넘어, 한국 사회에 만연한 타인 중심적 비교 의식, 그것도 타인의 ‘성공’을 고통으로 체화하는 괴상한 심리적 구조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심지어 이 속담은 이제 미풍양속의 경구라기보다, 대한민국이라는 경쟁 지옥을 정의하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1.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 – 자본주의적 위선의 정체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비교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도덕적 구조가 얼마나 일그러졌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조크? 생존과 직결된, 즉 ‘배고.. 더보기
통장 잔고가 마음의 평안함을 멀리 밀어내길 바라는 푸념 돈이 심리적 안정을 살 수 있는가?1. 통장에 찍힌 숫자와 가슴에 남은 불안돈이 중요한 사람들은 통장에 찍힌 숫자가 늘어나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 믿음은 일종의 사회적 최면에 가깝다. (한국인들은 부정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매달 카드값,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분명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평온’이라는 심리 상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뻔한 말이지만, 경제적 안정이란 결국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기본적(?)인 생활비 걱정이 없고,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으며, 미래의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이 정도면 경제적 안정이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안정이 우리를 실제로 ‘편안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심리적 평온함은 숫자와 다른 논리로 작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