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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과 무기력 사이에서: 직장이라는 사회실험실의 인간 표본들 직장은 축소된 사회다. 태어났으니 살아야 하고, 살아야 하니 일해야 하며, 일하자니 사람들과 부대껴야 한다.여기서 중요한 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일하느냐’다. 그리고 그 누구는 대체로 두 종류로 나뉜다. 의욕은 넘치되 고집은 마치 철판을 삼켜버린 듯한 자와, 고집은 없지만 의욕도 반쯤 증발해버린 자. 자~,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정답은 없다. 그저 덜 피곤한 지옥을 택할 뿐이다.1. 고집이 절대 꺾이지 않는 자와의 불편한 삼위일체먼저 ‘고집이 철판급’인 인간과 일해야 할 운명에 처했을 때. 이 인간이 상사라면, 당신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늘은 어떤 생고집으로 지랄을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회의 중 의견을 내보려다 그의 눈에 “지금 날 부정한 거냐?”는 번개가 번쩍이.. 더보기
동전주에 대한 조롱, 그 경멸의 프레임을 과감하게 비트는 잡담 동전주를 찬양하는 무책임한 추천글이 아니라, 프레임만(?) 부수는 잡담이다. 어차피 주식투자는 개미의 영역에겐 야바위 꾼들의 영역이다. 1. 동전주는 가난한 자들의 주식인가?“천 원도 안 되는 주식? 그건 애초에 진지하게 투자할 만한 게 아니지.”많은 사람들이 동전주를 이렇게 일축한다. 흡사 시장통에서 팔리는 신선하지 않은 채소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싸구려는 싸구려답게 취급받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싸구려’가 오를 때는 전율이 온다. 50원이 100원이 되면 수익률은 '100%'다. 이 수익률을 삼성전자에서 바라보는 데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식 유튜버, 경제 칼럼니스트, 전문가라는 이름표를 단 사람들은 말한다. "동전주는 도박이다." 도박? 아이러니하다. 그들이 추앙하는 .. 더보기
인생을 예술처럼 소비하는 ‘건전한’ 알콜중독자—술과 흥과 철학의 삼합을 추종하는 부류에 대한 잡담 대한민국에서 ‘알콜중독자’란 단어는 자동완성처럼 ‘폐인’이라는 단어를 달고 나온다. 혀가 꼬이고, 눈은 풀리며, 소주병을 무기 삼아 스스로를 파괴하는 이미지.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이 사회의 표준이 지나치게 교조적이며, 동시에 음흉하다는 사실이다. 회식자리에서 원샷을 강요하고 2차, 3차를 기억도 못하는 사람 , 허구헌날 만취해서 폭주하다가 결국엔 이혼서류를 마주하는 사람—이들은 분명 술에 찌들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알콜중독자’라는 이유만으로 동일 선상에 놓여야 할까?아니다. '시바한잔해는 오늘, ‘건전한 알콜중독자’라는 새로운 종의 존재를 선언하고자 한다. 폐인이 아니라 흥을 알고, 멋을 즐기며, 삶의 무게를 양조한 자들. 그들은 이태백처럼 살아간다. 낮에는 성실하게 일하고, 밤에는 예술처.. 더보기
총각(總角), 뿔난 남자들에 대한 잡담 – 모난 인생의 가장자리에서 ‘총각(總角)’. 이 단어를 사전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고 단순 정의하지만, 한자의 조합을 가만히 뜯어보면 묘한 함의가 숨어 있다. ‘총(總)’은 ‘거느릴 총’, ‘각(角)’은 ‘뿔 각’. 그렇다면 총각이란 ‘뿔을 거느린 남자’, 곧 수많은 각(角)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자의적으로 풀이하자면, 총각은 모나 있다. 쉽게 말해, 온통 각져 있다. 아직 누구와도 부딪혀 둥글게 다듬어지지 않은, ‘각진 인간’이다. 이 각은 단순한 성격의 일그러짐이 아니다. 사회와 충돌하고, 여성과 마찰을 일으키며, 가족이라는 제도와도 화학작용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야성적 독립체다. 흔히 결혼을 인생의 한 굴곡으로 말하지만, 총각은 그 굴곡조차 시작하지 않은, 아직 세상과 진지하게 마주하지.. 더보기
누군가의 '관련주'에 광분하고, 허상에 베팅하며, 세력의 장난에 놀아나는 개미들에게 보내는 늙은 개미의 잡담 1. "뭐라도 되는 줄 아나" – 대권 관련주의 광기와 염병대선이 다가오면 한국 주식시장은 합리성과 분별력이라는 단어를 묘지에 묻어버린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순간, 난데없이 몇몇 회사들의 주가가 미친 듯이 요동친다. 뭐, 그 후보자가 과거에 잠깐 엮였던(?) 회사라든가, 대표가 동창의 마누라의 남편(??)이라는가, 심지어 한때 동네 주민이었다는 이유로 관련주에 끼워 맞춰지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유력인 관련주'라는 이름의 이 광기는,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는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투자자들을 끌고 간다. 그저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이유로 주가는 급등하고, 곧이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폭락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부분 뒤늦게 열차에 올라탄 개미들이 입는다. 대권 후보가 대통령이 된.. 더보기
신에게 무관심한 자, 조용한 무신론자를 귀찮게 하는 시대에 대한 유감 (어느 종교도 관심없는,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의 혼술잡담. 종교인 비하 아님.) “신앙이 없는 사람은 불쌍하다.”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내가 무슨 암이라도 걸렸나 싶었다. 표정은 친절하지만 눈빛은 연민으로 흐릿한 그 말은, 꼭 무언가 중대한 삶의 조각을 잃어버린 채,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는 사람처럼 묘사한다. (자타가 독실한 신앙인이라고 평하는) 그들은 말한다. “신이 당신을 사랑하신대요.”고맙다. 하지만 그 사랑을 원한 적도, 원하지도 않는다. '신의 사랑'도 반송 가능하냐고 물으면 또 한 소리 들을 테니, 그냥 웃고 넘긴다. 오늘도 그렇게 조용했던 일상은 타인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침범으로 얼룩진다.무신론자들은 적어도 논쟁의 태도를 갖는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 의심의 논.. 더보기
말장난의 제국, 대선 TV토론을 말한다 – 아무도 믿지 않는 쇼를 왜 보고 있는가 대통령을 뽑는다는 일은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다. 토가 나올 정도로 비열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을 내어 투표장에 간다. 그들은 기대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이상한 끌림으로 움직이고, 희망보다는 '그래도 저 인간은 아니니까'라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표를 던진다. 그렇게 5년마다 한 번, 우리가 가진 유일한 통제 수단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인 투표를 해왔다. 이제 그런 중요한 투표를 앞두고 있다. 황당하게도 예정에도 없던 선거라서, 당연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너저분한 후보들이 TV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시작부터 실망이다. 누가 더 나은 '지도자감'인가를 놓고 경쟁하는 것 보다, 누가 더 덜 구역질나는가를 두고 고르라는 듯한 토론이 계속된.. 더보기
‘카푸어’는 허세가 아니다 – 조롱의 사회에서 자존심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담 1. “카푸어”에 대한 조롱의 본질은 자기혐오다한국 사회에서 ‘카푸어’라는 단어는 이제 하나의 낙인이 되었다. ‘허세’, ‘무리수’, ‘경제 관념 없는 놈’—그 뒤에 붙는 수식어들은 놀랍도록 잔혹하다. 고가의 수입차를 끌고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재정 상태를, 인생의 선택을, 그리고 존재 가치까지 재단한다. 그리고 대체로 그 조롱은, 자신은 그런 선택조차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이런 조롱의 본질은 ‘우월감’이 아니라, 자기혐오의 투사다. “나는 감히 못 하는데, 쟤는 왜 해?”라는 질투심과, “나는 현실을 참고 사는데, 쟤는 왜 멋대로 살아?”라는 억울함. 조롱하는 이들은 ‘현명함’이라는 가면을 쓰지만, 실제로는 용기 있는 타인을 짓밟음으로써 자신의 무력감을 달랜다. 우리는 모두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