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總角), 뿔난 남자들에 대한 잡담 – 모난 인생의 가장자리에서
‘총각(總角)’. 이 단어를 사전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고 단순 정의하지만, 한자의 조합을 가만히 뜯어보면 묘한 함의가 숨어 있다. ‘총(總)’은 ‘거느릴 총’, ‘각(角)’은 ‘뿔 각’. 그렇다면 총각이란 ‘뿔을 거느린 남자’, 곧 수많은 각(角)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자의적으로 풀이하자면, 총각은 모나 있다. 쉽게 말해, 온통 각져 있다. 아직 누구와도 부딪혀 둥글게 다듬어지지 않은, ‘각진 인간’이다. 이 각은 단순한 성격의 일그러짐이 아니다. 사회와 충돌하고, 여성과 마찰을 일으키며, 가족이라는 제도와도 화학작용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야성적 독립체다. 흔히 결혼을 인생의 한 굴곡으로 말하지만, 총각은 그 굴곡조차 시작하지 않은, 아직 세상과 진지하게 마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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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어’는 허세가 아니다 – 조롱의 사회에서 자존심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담
1. “카푸어”에 대한 조롱의 본질은 자기혐오다한국 사회에서 ‘카푸어’라는 단어는 이제 하나의 낙인이 되었다. ‘허세’, ‘무리수’, ‘경제 관념 없는 놈’—그 뒤에 붙는 수식어들은 놀랍도록 잔혹하다. 고가의 수입차를 끌고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재정 상태를, 인생의 선택을, 그리고 존재 가치까지 재단한다. 그리고 대체로 그 조롱은, 자신은 그런 선택조차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이런 조롱의 본질은 ‘우월감’이 아니라, 자기혐오의 투사다. “나는 감히 못 하는데, 쟤는 왜 해?”라는 질투심과, “나는 현실을 참고 사는데, 쟤는 왜 멋대로 살아?”라는 억울함. 조롱하는 이들은 ‘현명함’이라는 가면을 쓰지만, 실제로는 용기 있는 타인을 짓밟음으로써 자신의 무력감을 달랜다. 우리는 모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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