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결정사 매칭 매니저들이여, 당신들이 말하는 '주제파악'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바한잔해 2025. 5. 28. 18:00

 

– 상향혼을 갈구하는 회원들을 조롱(?)하는 결정사 매니저들에게 –

 

결혼정보회사, 일명 ‘결정사’는 오늘날 이성 간 만남을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며 ‘통계적으로’ 설계해주는 지극히 상업적인 서비스다. 그런데 요즘 유튜브에는 이 결정사를 둘러싼 일종의 하위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상향혼 여성’ 때리기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50억 자산 남자를 원한다고?”, “36살에 이제 결혼시장 막차인데, 주제파악이나 제대로 하시지.”
이런 식이다. 결정사를 찾는 여성, 특히 본인보다 ‘상위’ 조건의 남성을 원하는 여성들을 향한 조롱과 비아냥은, 아무런 상관없는 제3자들에게 통쾌하고 짜릿한 관전거리가 되어버렸다. 많은 구독자들은 이들 매니저들의 싸늘하고 히스테릭한 지적질에 박수를 쳐준다. 


1. "이 정도면 상향혼인가요?" – 이상형 조차 죄가 되는 여성의 조건

한번 물어보자. 

‘32세, 인서울 4년제졸, 163cm, 평범한 외모, 공기업 재직 중, 자산 1억’
이 여성은 “40세 미만, 인서울 4년제, 175cm 이상, 대기업, 자산 10억 이상”의 남성을 원한다고 한다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명문대 출신에 훤칠한 키, 서울아파트를 가진 의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니 자신의 요구조건은 평범하다는 식으로... 그렇다. 매칭 매니저들의 말대로라면, 이 여성은 무개념 상향혼 중독자다.


하지만 이 조건들을 찬찬히 다시 보자. 이 여성은 일단 스펙 면에서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인서울 4년제를 졸업했고, 공기업 다니고, 충분치는 않지만 그래도 저축은 한 듯 하다. 결코 ‘감히’ 뭔가를 꿈꿨다고 손가락질할 위치는 아니다. 게다가 결혼을 통해 사회적 계층 이동을 원한다는 건 인간 본능에 가깝다.


사회가 무의식중에 여성에게 강요해온 '안정적이고 좋은 남자와 결혼하라'는 메시지를 착실히 내면화한 이들이 현실적으로 그 목표에 접근하고자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철없는 조건이라고 뒷담화하는 건, 자신들이 설계한 시스템을 소비자가 적극 활용한다고 분노하는 장사꾼들의 뒤틀린 논리다.


2. 결정사 방정식의 함정 – 왜 남녀의 욕망은 다르게 판단되는가?

결정사 매니저들은 하나같이 “여성들은 왜 자기보다 조건 좋은 남자만 원하냐”고 묻는다. 그러면서도 이 업계의 ‘진실’을 소개하듯 말한다. “남자는 예쁘고 어린 여자를, 여자는 돈많은 전문직 남자을 본다.” 이게 바로 일명 결정사 방정식이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와 나이를, 여자는 남자의 재산과 직업을 바란다는 것이다.  좋다. 이 ‘등가교환 이론’에 기초해 보자. 남자가 “나는 연예인 외모의 20대 여성을 원한다”고 했을 때, 그건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왜냐? 그는 50대이고, 자산이 100억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가 “나는 대기업 다니는 40세 이하의 자산가 남편을 원한다”고 했을 때는 ‘비현실적인’ 욕망이 된다. 왜냐? 그녀는 32세이고, 자산이 1억뿐이기 때문이다. 

 

이 방정식은 사실상의 남성 우위 방정식이다. ‘남자는 나이 들어도 자산 있으면 괜찮다’는 내러티브, ‘여자는 젊고 예뻐야 가치 있다’는 전근대적 거래 가치론이 깔려 있다.이 공식을 거꾸로 적용하면?
100억대 자산의 50세 여성  vs  185cm의 훨칠한 외모의 30세 무직 남자
둘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세상은 뭐라고 할까? “돈으로 남자 얼굴 뜯어먹으며 살려나?” “여자는 그런 연하남 못 감당할걸.” 남녀를 뒤집으면 현실은 조용히 혀를 찬다.  그 방정식은 균형이 아니라 이중잣대에 근거한 착취적 거래 공식이다.


3. 거래인가 결혼인가 – 100억 자산가와 빈털터리 미녀의 위태로운 동거

이제 진짜 묻자.
“50대의 평범한 외모의 100억대 자산의 남자”와 “20대 후반의 연예인 뺨치는 빈털터리 여성”
이 둘이 결혼했다.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인가?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표면적으로 보면 남자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얻고, 여자는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이것만 보면 ‘윈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결혼’이 아니라 거래다. 그리고 그 거래는 시간이 갈수록 균열이 생긴다. 연애가 아닌 결혼은 일상이다. 밥 먹고, 청소하고, 싸우고, 서로의 노화와 성격을 감내해야 한다. 감정은 거래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20대 여성은 나이차로 인해 남성의 ‘보호’보다는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남성은 상대가 경제적으로 완전히 종속된 상태에 안심하면서 동시에 불안해한다. ‘내 돈 때문에 나랑 사는 건가?’란 의심은 결혼 내내 따라다닌다. 상대적 박탈감, 의심, 세대 차이, 자존감의 균열. 결혼은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결정사 매니저들은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 결혼, 누가 행복할까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결혼만이 목적인 결혼정보회사의 본질에 충실하면, 인간 관계가 주식 투자처럼 수익률로만 측정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냉소주의자들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4. '상향혼 집착'에 대한 지적질은 누구를 위한 장사인가 – 결정사의 본질은 장사꾼

결정사의 본질은 단 하나다. 결혼을 상품화하는 업계. 그들은 회원들의 가치를 판다. 외모, 직업, 나이, 학벌, 자산 — 이 모든 요소를 상품정보로 조율해서 파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업계에서, 고객이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요청했다고 해서
“어디서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이라며 비웃는다면, 그건 무능한 매니저의 자아방어일 뿐이다.

 

상향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조건을 제시하고, 결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것이 거래의 기본이다. 그 거래를 제안해놓고는,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소비자를 비웃는 태도는 모순이며 무책임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결정사와 와 매니저, 그리고 관련 유튜버들은 ‘희망을 팔고 절망을 삐고는 장사꾼’이다.

 

물론 여성 회원들 뿐만 아니다. 즉, 상향혼에는 '재력으로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구하고자 하는 비린내나는 남자들의 상향혼 욕구도 있다. 그들 모두가 비즈니스의 정수이자, 회원 유입의 젖줄이며, 수익의 원천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결정사에 돈을 내고 상향혼을 시도하는 여성은 철없는 꿈을 꾸는 게 아니다. 젋고 예쁘다면 그 철없는 꿈이 성사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에.상향혼은 욕망이 아니라 거래고, 거래는 조건과 가격이 맞으면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