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이노의 가르침'은 방구석 아우성의 메아리

시바한잔해 2025. 3. 19. 09:26

세이노가 일본의 투자전문가라고 언급하며 그가 말하는 부자마인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블로그를 봤다. 세이노가 누군지 상관없이 블로그를 쓰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아니면 그의 가르침에 감동해서 세이노가 누군지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암튼간에 절대 부자가 아닌 '혼술아저씨'의 입장에 볼때는 당황스러운 주장이었다.
 
오래전 우연히 읽었던 기요사키(부자아빠)의 책팔이 같은 가르침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았다. 단지 그렇게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지 그가 부의 흐름을 관통하는 통찰력이 있는지는 의문 투성이라서. 요샌 코인을 사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는 것 같은데...욕본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전부 읽어 보지도 않았고 그나마 살짝 접한 내용은 별다른 공감이나 자극이 되지 못했다.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만 먹히는 가르침인가? 혼술아저씨의 취향으로는 세이노의 가르침보다는 세이노의 삶에 살짝 흥미가 생겼다. 
 

1955년생의 천억 원대 자산가

 
세이노는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는 뜻의 필명이다. 올해 '일흔이 된 천억대의 자산가'로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적은 없다. 의사 아버지가 사기 당한 후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생활고에 크게 시달렸다고. 그후 고교 때부터 힘든 시절을 보내다 제대후 미8군 내 메릴랜드대학 분교에 입학, 학비를 벌고자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하여 여러 사업을 시작했고, 외환투자·부동산경매·주식 등으로 자산을 늘렸다고 한다.


부자가 되는 안내서는 없다

 
대충 그의 이력만 봐도 이미 가르침을 받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면 부자 마인드가 장착되고 머지 않아 부자가 될 것 같은 마음에 혹시 7200원짜리 마취제를 구매했는가? 잘 하셨다. 읽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단지 마취에서 빨리 깨어날길 바란다. 적절한 비유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설악산과 지리산의 사진만 보면서 대청봉과 천왕봉에 오른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자 마인드를 가르쳐 준다지만 등산로 처럼 따라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상석만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비유는 했지만 공감이 되려나?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고 풀어 주는 세이노에게 "뼈를 때라는 주옥 같은 말이다'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한데...그 사람들은 같은 방식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건가? 굳이 부자가 되고 싶지 않고 부자가 되려고 노력 조차도 하지 않는 '혼술아저씨'에겐 부자 마인드가 좀 껄끄럽기만 하다. 부자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서이긴 마찬가지지만, 다행이 세이노는 기요사키와 다른 결이라고 생각하고 예의바르게(!) 멱살을 잡아본다.
 

부지런히 읽어라. 자기계발서는 그냥 신종 무협지다. -지피티야 셀프인포테먼트가 뭐냐?

부자 마인드?방구석 부자의 핑계일 뿐

자기계발서의 그럴싸한 말들은. 얼핏 보면 멋진 조언처럼 들리지만 과연 현실에서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까?  어차피 부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자의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수많은 조언들은 그냥 희망 고문이자 자기 위로에 수렴하게 된다. 이러한 삐딱한 마음으로 세이노의 3가지 가르침을 살짝 비틀어 보기로 하자. 

1. 시간을 돈처럼 사용하라

부자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너도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말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조언이다. 좋은 말이고 당연한 말이다. 게으르고 시간 낭비하는 부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모든 부자가 항상 시간을 돈처럼 사용할까?
 
10년전 쯤에, 빌게이츠는 땅에 떨어진 100달러 지폐를 발견하면 줍겠느냐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남의 돈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면  주워서 주인을 찾아주거나 재단에 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돈을 줍는건 시간낭비일까?

인간은 시간을 돈처럼 아끼며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답게 누리고 즐기며 살아야 하는 존재다.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런 조언은 결국 강박을 심어줄 뿐이다. 그냥 부자되길 포기하고 편하게 살자.

2.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에서 배워라


안전한 삶에 안주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말고 도전하라는 것.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면서 살아가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냥 평범을 넘어서는 대단한 인간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길 포기하라는 느낌이다.

부자가 될  자신도 없고 노력도 하기 싫어서 좋은 조언을 부정하고 시비만 거는 '술취한아저씨'의 넋두리로 들리는가? 맞다. 그냥 투덜거리는 것에 불과하다. 근데 말인지, 살다보면 알게 되더라.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더라는 걸. 천억 자산가의 경험은 신념이고, 10억도 없는 아저씨의 술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의 숫자만 빼면 그냥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물론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겠지만,  냉정한 세상이 정말 실패를 따듯하게 받아들일까? 실패는 없는 사람에게 훨씬 가혹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실패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사업에 실패해서 이혼하고 자살하고 그런 뉴스가 화성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산가의 성공담은 주식 리딩방이 될수도 있다. 도전을 미화시키면 그게 바로 도박이다.

위험과 실패를 감수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지 경험하고도  평범하고 안정적인 월급쟁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3. 자신을 믿고 독립적인 사고를 해라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 이건 앞서서 언급한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과 다른 듯 하지만 결국 같은 맥락이다. '자신을 믿고 도전해서 성공하면 좋고, 혹여나 실패해도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주술 같은 조언이다.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폭삭 주저 앉았는데 배움이 가치가 있을까? 무리한 플레이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운동선수가 뭘 배웠을까? 다음엔 무리하지 말자는 것도 다시 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말하는 ‘독립적인 사고’란 결국 돈을 버는 논리를 익히고 자본주의 시스템에 더 잘 적응하라는 뜬구름 잡는 말이다.  진정으로 독립적인 사고를 한다면, 스스로에게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해라. 현실에서 돈이 중요하다는 것과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